환율 급등이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되는 이유
간혹 뉴스에서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한국경제가 위험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 환율이 왜 급등하게 되었는지 원인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환율이 갑자기 오르면 어떻게 우리 경제가 위험해지는지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환율에 대한 이해(기본)를 높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04.01 - [경제/생활경제] - 환율, 완벽하게 이해하기
환율(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는 이유는?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부요인에 의한 달러가치 상승과 내부요인에 의한 원화가치 하락이 그것입니다. 즉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원화는 약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죠. 이 경우 달러·원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정상적인 경제 상태에서는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는 환율이 치솟을 수 있죠. 그것이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든 내부요인에 의한 것이든 언제 어디에서나 이벤트는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어떤 이벤트로 갑자기 환율이 치솟는 경우를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급락하는 경우를 ‘언더슈팅(Undershooting)’이라고 하고요. 그럼 이제부터 환율이 급등했을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충격을 받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틱(tick): 증권 매매에서, 선물 계약을 사들이거나 팔아넘기려고 주문할 때 최소한으로 제시하는 가격의 변동 폭
첫 번째 문제. 국내 기업들의 외채부담 급증
오버슈팅(Overshooting)이 발생하면 당장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큰 충격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0억의 외화부채를 지고 있는데, 갑자기 환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튀어 오르면 순식간에 부채는 150억이 됩니다. 갑자기 상환부담이 1.5배 높아진 것이죠.
만약 만기가 다가왔는데 기업이 부채상환을 연장(롤오버 roll over) 하지 못하면, 직접 달러를 수급해 부채를 상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라면 달러를 구하려는 수요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은 더 치솟게 됩니다. 그래서 환율급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기업마저 파산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 한국자산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탈출러시
한국인이 외국에 투자하는 경우나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동일합니다. 그 이유는 해외 유망기업의 성장 과실과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갑자기 환율이 오르면 이 투자의 목적이 변하게 됩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실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 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에 100만 달러(환율이 1,000원인 경우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 10억 원)를 투자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럼 이 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이 1주에 10만 원인 경우 1만 주(10억 원 ÷십만 원= 1만)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유망 기업 중 하나죠.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주가가 10만 원에서 11만 원(10% 상승)으로 올랐다고 해보죠. 그런데 갑자기 환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럼 어떻게 계산될까요?
주가는 10% 올랐지만, 환율은 50%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원화로 바꾸면 11억 원(11만 원 × 1만 주)이 됩니다. 그런 뒤 이 돈을 달러로 환전해야겠죠. 그럼 이 미국인에게 돌아온 돈은 약 73만(=11억 원÷1,500원=733,333) 달러가 됩니다. 100만 달러를 한국주식에 투자했는데 환전을 해보니 오히려 약 27만 달러를 손해 보게 된 것이죠.
환율이 급락하게 되면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외국인 이탈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이들이 많아질수록, 즉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국내에 보유한 달러가 줄어들어 환율급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외국인들이 투자했던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은 더욱 치솟게 되는 것이죠.
세 번째 문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경색
앞서 언급했지만 국내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국내에서 달러를 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외화자금이 경색되는 것이죠. 국내에서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외화부채에 대한 상환 요구는 더욱 거세집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내 금융기관들 역시 패닉에 빠집니다.
위기상황이 심화되면 국내 기업과 은행들이 해외금융기관에 아무리 높은 이자를 제시해도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외국에 빚을 진 기업들은 채무 만기 연장도 안 되고, 새로 빚을 내기도 어려워집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진퇴양난에 빠져 환율이 추가로 오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네 번째 문제. 투기세력의 증가
환율이 급등할 때 이런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투기세력입니다. 대표적으로 헤지펀드 세력을 들 수 있겠네요. 이들 입장에서 보면 타국에서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즉 타국의 통화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투기세력이 노리는 시점은 환율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입니다. 이때 이들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입니다. 그런 뒤 오버슈팅이 해소된 후에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면 갖고 있던 원화를 팔고 달러로 환전하는 것이죠.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환율이 1,500원일 때 헤지펀드들이 외환시장에서 150억 원(1,000만 달러) 어치 원화를 사들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 뒤 헤지펀드들은 이 돈을 가만히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가 환율이 1,000원으로 돌아오면 이 150억을 외환시장에 팝니다. 그런 뒤 이것을 다시 달러로 환전하면 1,500만 달러가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500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죠.
더 무서운 것은 이 투기세력들은 환율이 오르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환율에 취약한 나라를 골라 환율이 급등하도록 조작합니다. 즉 환율이 오르고 있는 국가의 외환시장 들어가 달러를 매수하는 것이죠. 그러면 환율은 더욱 치솟게 됩니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환율이 고점이 올라왔다고 판단했을 때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 차익을 실현합니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해 투기세력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해당 국가의 환율은 크게 움직입니다.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죠.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나라경제가 흔들리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기가 있었죠. 바로 1997년 IMF 외환위기가 그랬습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환율 급등이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오버슈팅이 발생하면 어떻게 한국경제가 흔들리는지 이 내용을 담아봤습니다.
현재 달러·원 환율은 1,38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이제는 하도 익숙해져서 원래부터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나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경계해야 할 요소들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경제가 발전한 만큼 외국인 자본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죠.
외국인 자본을 모두 투기자본으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시선입니다. 이들 자본 중 상당수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투자된 돈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 자본 역시 수익을 목적으로 들어온 돈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오버슈팅이 발생하면 금융당국은 이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속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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