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외환 수급 요인>
최근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환율이 1300원 후반에서 오르내리고 있죠. 금융당국은 지나친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1400원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환율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요인들 세 가지(금리, 경제 펀더멘탈,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당시 언급했던 요소들은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상황에서 환율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꼽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상황에서 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전에 발행한 환율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요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2024.06.22 - [경제/생활경제] - 환율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
첫 번째 요인. 경상수지와 수출입기업들의 전망
환율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경상수지입니다. 경상수지는 국내 경제주체들(거주자)이 국외 경제주체들(비거주자)을 상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매매한 결과를 수익과 지출로 정리한 항목입니다. 여기에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가 포함되죠.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면, 국내에 달러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국내에 달러가 유입되면 달러의 총량이 늘어나고, 이는 달러약세와 원화강세로 나타납니다. 즉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죠. 반대로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국내에 달러유입이 줄어듭니다. 국내의 달러 총량이 줄면 이는 달러강세, 원화약세로 나타납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이죠.
수출입 기업의 환율에 대한 전망도 환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먼저 수출기업은 앞으로 환율이 올라갈 거라 예상하면 수출을 늦춥니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환율이 올라간 뒤에 팔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국내기업들의 이런 예상이 많아질수록 달러가 귀해지면서 실제로 환율이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수출기업이 앞으로 환율이 떨어질 거라 예상하면 최대한 빨리 수출을 진행합니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더 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죠. 이런 예상이 많아질수록 국내에 달러가 흔해지면서 실제로 환율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수입기업은 수출기업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수입기업은 앞으로 환율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면 수입을 서두릅니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쌀 때 사야 이윤이 남기 때문이죠. 국내 수입기업들의 이런 예상이 많아질수록 달러총량이 줄어들면서 환율이 상승합니다. 반대로 수입기업이 앞으로 환율이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면 수입을 늦춥니다. 달러 값이 더 쌀 때 사는 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익이기 때문이죠. 이런 예상이 많아질수록 국내의 달러 총량은 늘어나면서 환율이 하락하게 됩니다.
*국제수지와 경상수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2024.05.07 - [경제/생활경제] - 국제수지는 어떻게 구성 되는가?
2024.05.13 - [경제/생활경제] - 경상수지 흑자가 항상 반갑지만 않은 이유
두 번째 요인. 금융회사와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국내 금융회사와 금융기관의 해외차입도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중에서 은행이 해외 차입(돈을 빌려 옴)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사실 은행의 입장에서 해외차입은 큰 수익원입니다. 가령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 기업고객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은행은 해외 은행에서 이 돈을 구해와 기업고객에게 대출을 해줍니다. 그러다가 예상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은행은 고객에게 빌려줬던 돈을 모두 받아 외환시장에서 환전한 다음 해외 은행에게 돈을 돌려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환율이 하락함으로써 은행이 환차익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고 원화의 가치는 상승했다는 뜻이죠. 가령 이 은행이 기업고객에게 100억 원을 대출해 줬는데, 예상대로 환율이 50% 하락했다면 은행은 여기서 50억 원의 수익을 얻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고객의 돈으로 배를 불리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차익을 노린 금융회사나 기관들이 늘어날수록 해외차입이 늘어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면 달러가 국내에 대량 유입됩니다. 환율이 내려가는 것이죠. 더구나 이 은행처럼 차익실현에 열을 올리는 세력이 늘어날수록 환율 하락폭은 더 커지게 되고요. 은행의 예상대로 환율이 떨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갑자기 경제위기가 터져 환율이 크게 치솟으면 은행은 일순간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에 대한 수요증가는 환율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 또한 환율을 움직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세 번째 요인, 해외 투자자
해외 투자자(기관, 개인) 역시 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에 들어와 공장을 짓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기도 하지만 채권이나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에도 투자합니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가져와 원화로 바꿉니다. 그러면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가 늘어나게 되죠. 이는 달러 약세 원화강세, 즉 환율이 하락하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환율의 움직임을 예상해 차익실현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것이죠. 이들은 환율이 상승(원화가 하락)할 것 같으면 국내에 투자했던 자산을 팔아 해외로 자금을 이동하고, 환율이 하락(원화가 상승)할 것 같으면 국내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자금을 이동합니다. 즉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를 좇아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이죠. 이런 움직임도 환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해외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사들여 성장성이 높은 국가의 산업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엔 케리 트레이드를 들 수 있겠네요. 오랫동안 저금리 유지했던 일본의 엔화를 사들여 성장성이 높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엔화가 국내로 유입되기 때문에 엔·원 환율이 하락합니다. 엔화약세 원화강세가 되는 것이죠. 그럼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해외투자자들의 자본이동이 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때론 이들의 환율에 대한 전망이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네 번째 요인, 설비투자
국내의 설비투자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가령 국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 있는데 국내에서 자본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이들은 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외자본이 국내로 유입되게 되고 이는 환율이 하락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국내 기업들이 자기 자본으로 해외에서 설비를 들여오는 경우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기업들이 자기 자본으로 설비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원화를 외화로 환전한 다음 이 돈으로 해외에서 설비를 사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는 외화의 유출로 이어져 환율이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구매하는 설비가격은 대체로 금액이 크기 때문에 기업의 자본 움직임 역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2024.04.01 - [경제/생활경제] - 환율, 완벽하게 이해하기
정리하는 글
오늘은 ‘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제목으로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항목들을 짚어봤습니다. 간략히 정리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상황에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경상수지, 수출입기업들의 전망,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해외차입, 해외투자자, 설비투자가 있습니다.
언급했던 요소들 모두 환율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이 중에서도 대표 격을 뽑는다면 그것은 단연 경상수지입니다. 그 이유는 경상수지야 말로 국가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환율효과로 많은 국내기업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단지 외부환경 변화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내부효과(성장, 혁신, 비용절감 등)가 함께 나타난 결과이길 희망해 봅니다. 그래야 외부환경 변화에도 꾸준히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제 > 생활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율과 물가의 관계 (0) | 2024.07.11 |
---|---|
재정정책과 환율의 관계 (4) | 2024.07.09 |
PPP환율(구매력 평가환율) 알아보기 (0) | 2024.07.07 |
재정환율과 실질실효환율 알아보기 (0) | 2024.07.06 |
신용공급과 신용팽창, 쉽게 이해하기. (0) | 2024.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