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과 환율의 관계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한쪽에서는 주가가 최고치를 달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경기가 좋을 때 주가가 상승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줄어드는데, 지금은 주가가 상승하면서도 안전자산이 인기를 끌고 있죠.
주가뿐 아니라 안전자산 역시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안전자산과 환율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안전자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 내용을 담아보겠습니다. 먼저 대표적인 안전자산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 (달러, 금, 미국 국채)
안전자산은 손실 볼 위험이 매우 적은 투자자산을 말합니다. 무위험 자산이라고도 부르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는 달러, 금, 미국 국채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고해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자산이든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죠. 안전자산 역시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또한 채권의 경우에는 발행업체가 파산하면 돈을 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자산은 넓은 의미에서 채무불이행 위험이 거의 없는,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달러, 금, 미국 국채는 각각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달러는 궁극의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과거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 금과 미국 국채의 가격은 무너진 반면, 달러는 유일하게 가치가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각각의 안전자산과 환율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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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달러의 관계
환율과 달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환율은 달러·원 환율의 줄임말이죠.(원·달러 환율은 사실 잘못된 표현입니다.)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달러의 가격은 높아지고 원화의 가격은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달러는 강세고 원화는 약세라는 뜻이죠.
사실 환율은 미국 돈(달러) 가격을 뜻합니다. 환율은 1달러가 원화로 얼마에 평가되고 있느냐는 말이죠. 즉 환율은 달러를 기준으로 표현한 값입니다. 따라서 환율이 올랐다는 말은 달러 값이 올랐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내렸다는 말은 달러 값이 떨어졌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이처럼 환율과 달러는 늘 함께 움직입니다.
환율과 금의 관계
달러의 가격이 오르면 금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금은 대표적인 실물자산이죠. 과거 금본위제 시대(1944~1971년 이전)에는 달러와 금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닉슨쇼크)하면서 달러는 금과 대척점에 있는 자산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부터 달러의 가격은 실물자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게 되었죠. 즉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실물자산 가격은 하락하고, 달러의 가치가 내리면 실물자산 가격은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환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금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일반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그동안 금이 저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성장과 달러의 위상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인 것이죠.
그런데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통화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달러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불신이 나타났고, 이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서 금 비중을 높여가기 시작했습니다.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니 금으로 이동한 것이죠. 그래서 한동안 환율이 높은 수준에 있음에도 금 가격이 함께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환율과 미국 국채의 관계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달러의 가격이 올랐다는 말이죠. 달러의 가격이 오르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연준(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즉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달러의 가치를 높인 것입니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입니다. 그럼 미국 국채는 미국정부가 발행한 채권이겠죠. 그런데 채권은 다른 금융상품과는 조금 다릅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일반적인 금융상품인 예금, 대출 금리는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만기 때 고객이 돌려받는 원리금이 커집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는 오르지만 채권가격은 떨어집니다.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서로 역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채권금리가 오르면 채권을 산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경우는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입니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경우는 시장이 침체되어 있을 때입니다.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금리도 내려가기 때문에 채권금리와 역의 관계에 있는 채권 가격은 상승합니다.
그럼 반대로 연준(Fed)이 금리를 인하하면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채권금리는 하락하고 채권가격은 상승합니다. 그런데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라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채권은 경기 하강기에 자산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환율(미국 금리)이 오르면 채권금리는 오르는 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환율(미국 금리)이 내리면 채권 금리는 하락하는 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합니다. 그래서 환율과 채권 금리는 같이 움직이지만, 환율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안전자산 투자
지금까지 글을 꼼꼼하게 읽어보셨다면 달러, 금, 미국 국채는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역시 경제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달리 구성해야 합니다.
각 안전자산을 통해 최적의 수익달성 시점을 살펴보면, 달러의 경우에는 미국의 금리가 최저점에 있다가 올라갈 기미를 보일 때 투자하는 것이 좋고, 금이나 미국 국채의 경우에는 금리가 최고점에 있다가 내려갈 기미를 보일 때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가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
앞서 잠깐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최근 자산시장을 보면 금리가 최고점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도 오르고 안전자산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죠. 그런데 사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근본적인 이유는 미래 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과도한 유동성이 함께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시중에는 엄청난 돈이 풀렸습니다. 게다가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전쟁도 일어났죠. 그 결과 물가가 치솟았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이 앞 다퉈 기준금리를 올렸죠. 그런 뒤 물가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연준(Fed)은 코로나사태 이후로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면 현시점에는 금과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의 주역이 될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 또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또 코로나19 이후에 풀린 유동성이 자산시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 즉, 빅테크 기업의 주식과 안전자산에서 쏠림현상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안전자산과 환율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안전자산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알아보고 대표적인 안전자산과 환율의 움직임을 살펴봤습니다. 그런 뒤 왜 지금 상반된 성격의 자산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갈수록 변동성이 높아지는 금융시장입니다. 변동성이 높을수록 수익을 얻는 사람도 많겠지만, 반대로 손실을 입는 사람도 많아지겠죠. 모쪼록 제 글을 찾아주시는 분들 만이라도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잃지 않는 투자자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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