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을 정하는 여러 방식(변동환율제, 고정환율제, 달러페그제, 복수통화바스켓제도)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소식에 환율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환율하락에 베팅하는 환헤지 ETF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다양한 경제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이런 상품에 과한 투자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환율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형 이벤트라도 발생하면 달러의 가치는 크게 치솟아 하락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신 변동환율제부터 시작해 고정환율제, 달러 페그제, 복수통화바스켓제도까지 차례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유) 변동환율제(Floating exchange rate)
변동환율제도는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되는 제도를 뜻합니다.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제도죠.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변동환율제는 자본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환율이 어느 정도 흡수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율변화됨에 따라 수요와 공급원리가 작동하면서 국제수지와 환율이 자동적으로 균형을 맞춰지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많아지면 달러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하락하고, 달러 수요가 많아지면 환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처럼 변동환율제는 외환시장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과 같은 경제체력이 약한 국가들이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 한국은 처음부터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환율 제도를 살펴보면 1964년까지 고정환율제(아래에서 설명)를 유지하다가 1964년~1980년까지 단일변동환율제를 채택했습니다. 이후 1980년~1990년에는 복수환율제(복수통화 바스켓제도)를 채택했죠. 하지만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로 (자유)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이 환율 제도는 2024년 현재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여기서 잠시 위 내용 중에서 독자분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낯선 용어들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단일변동환율제란 거래상품의 종류나 형태, 자본거래 등의 거래성질에 관계없이 전신환일 경우 동일한 환율을 적용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반면 복수환율제도는 상품별, 거래별로 각기 다른 환율을 적용시키는 제도입니다. 복수환율제도는 ‘복수통화바스켓제도’라고도 불리는데, 미국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교역국 통화의 가치변동에 자국의 화폐를 연동시키는 제도를 뜻합니다. 전신환은 외화(외국돈)를 매매할 때 수급의 지시를 전신(서로 떨어진 곳에서 전류나 전파를 이용하여 약정된 부호 신호의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으로 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고정환율제(Fixed exchange rate)
고정환율제는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시키거나 환율 변동 폭을 일정 수준으로 정해놓고 제한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금이나 달러 혹은 특정통화 또는 복수 통화 바스켓 등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이 평가를 바탕으로 환율을 정하거나 일정 변동 폭 안으로만 환율이 움직이도록 하는 제도인 것이죠.
고정환율제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은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금을 35달러로 고정하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했습니다. 즉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는 금환본위제를 유지하고 있었죠. 하지만 1971년 닉슨대통령이 이 제도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세계 경제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하게 되었죠. 짧은 역사지만 세계 각국이 달러와 함께 금을 진짜 돈으로 여겼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달러페그제(dollar peg system)
달러 페그(연동)제는 고정환율제의 일종입니다. ‘Peg’는 ‘말뚝’이란 뜻으로, 자국의 화폐를 달러에 고정시켜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달러 페그제는 환율 급변동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고, 정부가 환율정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자본의 이동을 통제해야만 하고 위기상황에서는 오히려 헤지펀드와 같은 환투기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복수통화바스켓제도(multicurrency basket system)
복수통화바스켓제도는 미국 달러를 포함한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의 가치변동에 원화환율을 연동시키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한 바구니 안에 주요 교역 상대국이나 외국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높은 국가의 통화를 넣은 뒤 경제적 관계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두고, 이를 평균해서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달러페그제에서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로 바꾼 대표적인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환율을 바스켓에 둔 통화의 환율과 연동해 변동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물론 달러 페그제처럼 고정환율제는 아니지만 변동환율제도와 고정환율제를 반반 섞은 환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 같은 중국의 환율제도를 '관리변동환율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환율을 정하는 여러 방식(변동환율제, 고정환율제, 달러페그제, 복수통화바스켓제도)’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환율 제도를 살펴봤습니다.
어떤 환율 제도든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자율) 변동환율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은 환율제도의 삼불원칙(통화정책의 자율성, 자유로운 자본이동, 환율안정) 중에서 통화정책의 자율성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형 이벤트가 발생해 큰 폭의 환율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국가 스스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통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변동환율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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