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에 따른 교역조건의 변화 (이론과 현실의 괴리)
한 때 제가 활동하던 경제카페에서는 환율과 교역조건에 관한 질문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엇갈린 답변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배경을 살펴보니 환율에 대한 개념과 교역조건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경우 있었고 현실경제와 이론에서의 괴리에서 나온 답변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환율 변동에 따라 교역조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 내용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환율과 교역조건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하고, 이후에는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환율 개념정리 <달러·원 환율/원·달러 환율>
환율은 두 나라의 통화의 가치를 비교한 값입니다. 보통 환율을 말할 땐 ‘달러·원 환율’을 의미합니다. 달러·원 환율은 1달러에 원화가 얼마인지를 표기한 것이죠. 가령 ‘1 USD = 1,000원’등으로 표기하는 식입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달러·원 환율’과 전혀 다른 표현입니다. 즉 1원에 달러가 얼마인지 표기한 것이죠. 만약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라면, 원·달러 환율은 ‘1원= 0.001 달러’로 표기되어야 옳습니다. 따라서 언론 등에서 환율을 언급할 때 ‘원·달러 환율’이라고 표현했다면,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달러·원 환율’로 바꿔 이해해야 합니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에서만 쓰는 관용적 표현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환율(달러·원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달러가 강세가 되고, 원화가 약세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달러가 약세가 되고, 원화가 강세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관련 내용을 확실히 숙지하고 싶다면, 아래 기사를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169
교역조건이란?
교역조건은 수출상품과 수입상품의 교환비율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수출품 한 단위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단위 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인형 하나를 팔았을 때 받은 돈으로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는지를 표현한 값이죠. 보통 해외에서 번 돈이 지출한 돈 보다 많을 때 교역조건이 개선되었다고 말하고, 번 돈보다 지출이 많을 때 교역조건이 악화되었다고 말합니다.
교역조건은 주로 국제 무역에서 국가 간 상품 수출입 유·불리를 파악할 때 사용됩니다. 교역조건에는 순상품교역조건, 총상품교역조건, 소득교역조건, 요소교역조건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순상품 교역조건과 소득교역조건입니다. 이 두 가지는 지수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물건 하나를 수출해 받은 돈으로 외국 물건을 몇 개나 수입할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수출입 물품의 ‘가격 변동’만을 반영합니다. 계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순상품교역조건= 수출물가지수 ÷ 수입물가지수 × 100)
반면 소득교역조건지수는 해외에 물건을 수출해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외국산 제품의 양을 말합니다. 이 소득교역조건 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반영하지 못한 ‘물량 변동’을 반영합니다. 계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득교역조건지수= 순상품교역요건지수 ÷ 수입물가지수 × 100)
그럼 이어서 환율 변화에 따라 수출입 기업들의 이익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환율 변화에 따른 수출입 기업들의 이익변화
환율이 상승해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고 원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수출업체의 이익은 늘어납니다. 수출업체가 물건 하나를 팔더라도 더 많은 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여건이 개선이 되는 것이죠. 반대로 환율이 하락해 달러의 가치가 낮아지고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수출업체의 이익은 줄어듭니다. 물건 하나를 팔더라도 예전보다 적은 달러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수출여건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높을 때 수출 물량을 늘리고 환율이 낮을 때 수출 물량을 줄이곤 합니다.
그럼 수입업체의 이익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환율이 상승해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고 원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수입업체의 이익은 줄어듭니다. 해외에서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만 원하는 물건을 사 올 수 있으니까요. 수입여건이 악화되는 겁니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해 달러의 가치가 낮아지고,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수입기업의 이익은 늘어납니다. 해외에서 더 적은 달러를 주고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요. 수입여건이 개선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높을 때 수입 물량을 줄이고 환율이 낮을 때 수입 물량을 늘리곤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업체의 이익이 증가해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수입업체의 이익은 감소해 수입물량을 줄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낮으면 수출업체의 이익은 감소해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수입업체의 이익은 증가해 수입물량이 늘어납니다.
그럼 다시 교역조건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환율변동과 교역조건의 변화
앞서 교역조건이라는 것은 수출상품과 수입상품의 교환비율이자 수출품 한 단위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단위 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교역조건은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야 개선됩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어떤 상태일 때 교역조건이 개선될까요? 아마 환율이 높을 때 수출업체의 이익과 물량이 늘어나고 수입업체의 이익과 물량이 줄어드니, 환율이 높을 때 교역조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이론에서는 환율이 높을 경우 국내 물가전반이 상승하기 때문에 오히려 교역조건이 악화된다고 설명합니다. 환율이 오를 경우 수출품 한 단위를 생산하기 위한 가격(물가)이 상승하고, 수입기업의 수입물품 가격도 상승하니까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하더라도 이익이 크지 않고 이 외화로 살 수 있는 물건도 줄어든다는 것이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교역조건이 성립되려면 환율이 낮게 유지되더라도 국내 수출기업들의 물량과 이익이 늘어나고 수입 기업들의 해외수입 의존도가 줄어 물가가 안정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야 말로 벌어들인 외화가 지출한 외화보다 가장 많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한 이는 자국의 산업 경쟁력이 높아져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론은 현실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고환율과 고물가에도 교역조건이 개선되었다는 기사를 캡처한 화면입니다.
이론과 현실경제의 괴리
사실 ‘환율변동에 따른 교역조건 변화’는 한국경제가 주최하는 TESET기출문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답을 기록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환율이 높고, 물가도 높은 상태에서 교역조건이 개선되었다는 보도가 자주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경제이론과 현실경제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결과입니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가 발생한 것이죠.
사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론은 숙지하되, 너무 이론에만 매달려 현실경제를 바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론과 현실경제의 괴리현상은 단지 이 문제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경제이론에서는 환율이 높을 때 교역조건이 악화된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낮을 때 교역조건은 개선되겠죠. 하지만 현실경제에서는 이 이론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환율 변동에 따른 교역조건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환율변동에 따라 교역조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 내용을 담아봤습니다.
이론에는 충실하되, 현실경제를 바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만이라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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