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슈퍼사이클(Commodities Super Cycle)은 거짓말!
최근 금 가격이 역사상 고점을 찍고 은 역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산업금속 역시 중국의 경제 부양정책에 힘입어 상승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원자재 슈퍼사이클’인데요. 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면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거짓으로 판명 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금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찌 되었든 오늘은 ‘왜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후에는 어떤 점에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거짓인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Commodities Super Cycle)이란?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란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원자재 가격상승 추세를 말합니다. 20년 동안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인 것이죠. 그럼 이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요. 이 용어는 2000년대 중반 중국 등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 폭증이 나타나면서 등장했습니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들의 성장은 거대한 원자재 수요로 연결됐고, 이를 통해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거라는 믿음이 형성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 믿음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공통요인 (물가, 성장, 달러)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공통요인을 꼽는다면 물가, 성장, 달러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러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원자재 가격과 물가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원자재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물건입니다. 그래서 물건의 값이 올랐다는 말은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말과 같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원자재를 사용하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성장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이뤄져 나타난 결과이지만, 그중에서도 국가차원의 인프라 구축 혹은 정부주도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 등은 해당국의 경제성장과 직결됩니다.
달러가치도 원자재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원자재를 수입할 때 달러를 씁니다. 달러는 기축통화이니까요. 그런데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물건 값은 싸지게 됩니다. 반대로 달러의 가치가 낮아지면 물건 값은 비싸지게 되고요. 달러 값(환율)이 높아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입장에서는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원자재를 수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달러 값(환율)이 낮아지면 이전보다 더 적은 달러를 지불해도 원자재를 수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입업체 입장에서 바라보면 환율이 높은 상황은 악재가 되고, 환율이 낮은 상황은 호재가 되는 것이죠.
원자재 슈퍼사이클애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난 이유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2000년 중반부터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위에서 다뤘던 요인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전 세계는 거대한 경기침체를 걱정했습니다. 미국은 소비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수입국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수요자인 미국이 큰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물건을 만들어도 팔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요가 사라지니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죠.
두 번째 요소인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경제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중국과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이 크게 둔화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건을 만들어서 팔 수도 없는데 상황인데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에 투자되었던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미국이 위험해 처하자 세계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자산을 팔고 달러로 바꿔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죠. 자본주의 체제를 택한 국가들의 자본 없는 성장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달러의 움직임입니다. 이전 글인 달러 스마일이론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기축통화인 달러는 강세로 전환됩니다. 달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화폐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외에 투자되었던 달러가 빠져나가고, 자산과 통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한 달러수요가 증가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달러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환율이 치솟는 것이죠. 환율이 치솟자 미국 금융기관과 연결되었던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위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리스크가 전이된 것입니다. 실제로 환율이 치솟자 달러를 빌려 경제를 지탱했던 남유럽 국가들이 큰 위기를 겪게 되죠. 이를 유럽 재정위기라고 합니다.
결국 미국 발 금융위기가 퍼지자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물가, 성장, 달러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조용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런 뒤 2010년을 기점으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재등장했지만,당시 전 세계경제는 저물가, 저성장 현상이 만연했습니다. 저물가, 저성장은 원자재 가격에는 악재가 됩니다. 그렇기에 잠시 떠올랐던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다시 조용히 꼬리를 내리게 되었죠.
이처럼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알고 보면 허황된 꿈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나타나려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돼야 하고, 이를 위한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세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20년 동안 말이죠. 이런 조건이 충족되려면 미국의 성장은 멈추고 신흥국 성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그러니 제가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거짓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원자재 슈퍼사이클(Commodities Super Cycle)은 거짓말!’이란 제목으로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왜 허황된 믿음인지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앞서 금은 조금 다른 형태의 원자재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이유는 금은 앞서 언급한 달러와 대척점에 있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 역시 다른 원자재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지금처럼 달러가 많이 발행된 상태에서는 연준(Fed)이 금리를 올려 달러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금 또한 강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코로나 팬데믹이 종결된 이후 미국이 금리를 올렸어도 금은 이에 개의치 않고 지속적으로 몸값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금은 참 독특한 자산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원자재를 알면 글로벌 경제가 보인다.』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2024.08.05 - [경제/생활경제] - 원자재와 원료는 무엇이 다를까? <원자재 시장 이해하기>
2024.08.19 - [경제/생활경제] -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게 되었을까?
2024.08.08 - [경제/생활경제] - 경기 사이클에 따라 달라지는 원자재 투자
2024.08.19 - [경제/생활경제] - 세 가지 경기 국면으로 본 '달러 스마일'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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