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경제 vs 비정상적인 경제 (금리인하와 주가, 금리인하와 부동산)
2024년 9월 미 연준(Fed)의 빅컷(Big cut 0.5%p 금리인하)으로 국내에서도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기에는 많은 분들이 자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저축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눈을 돌리게 되죠. 그중 대표적인 자산은 주식과 부동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국은행이 아직 금리를 인하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여러 자산 가격들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라는 것이 워낙 다양한 변수를 안고 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예상대로만 자산 가격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경제라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금리와 주가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금리와 부동산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의 금리인하와 주가
경제교과서에서는 금리가 내리면 주가는 오른다고 설명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따릅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이라는 조건입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경제주체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용이해집니다. 그래서 소비, 생산,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이죠. 기업의 이익이 늘면 근로자의 임금, 설비, 인력, 주주 배당금이 모두 늘어납니다. 곳간에 쌀이 넘치니 여기저기 나눠 갖는 것이죠. 기업의 이익이 늘어 배당금이 늘면 해당기업의 주식도 매력적으로 변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주가도 덩달아 상승합니다. 이처럼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의 금리인하와 부동산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리면 부동산 가격도 오릅니다. 주가와 비슷하게 움직이죠. 금리가 낮으면 가계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할 여력이 생깁니다. 대출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역시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발생되는 모습입니다. 앞서 설명 드렸듯이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의 이익이 늘기 때문에 근로자 임금도 늘어납니다. 소비여력이 늘면서 대출이자 부담까지 줄어드니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이죠. 은행도 수익을 늘리기 위해 대출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은행과 가계 모두 돈을 빌려주고 돈을 빌리는 일이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늘면 집값은 더욱 상승탄력을 받습니다. 이처럼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가격은 치솟습니다.
금리인하기의 가장 큰 문제, 부채증가와 소비력 감소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경제주체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집니다. 돈을 빌리는데 부담이 줄어드니 너도나도 돈을 빌려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향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금리인하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채는 갚아야 할 돈입니다. 즉 미래의 부를 현재에 끌어와 사용하는 것이죠. 하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경제주체들의 소비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원리금을 지속적으로 갚아나가야 하니까요. 그럼 과열되었던 경기가 점차 침체기로 들어섭니다. 이처럼 부채증가와 소비력 감소만으로도 경기순환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어서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금리인하와 주가, 금리인하와 부동산의 움직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의 금리인하와 주가
지금까지는 경제이론에 근거한 설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경제이론에서 벗어난 예외사항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기에는 주가가 상승합니다. 금리와 주가는 ‘역의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금리가 하락했다고 반드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와 주가가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일본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 경제는 오랜 시간 동안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았죠. 그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노력해도 국민들의 소비와 투자가 정체되면서 물가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즉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이죠.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낙관하지 못해 소비와 투자를 꺼리면 기업이익률이 낮아집니다. 그럼 금리와 주가가 역의 상관관계가 아닌 정의 상관관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춰도 주가가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하는 분들은 금리의 움직임만 볼 게 아니라 경제성장률과 기업의 이익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의 금리인하와 부동산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금리가 인하되면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금리와 집값이 같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이 금리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금리가 부동산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집값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경제상황과 은행의 대출에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야 가계소득이 늘고, 이를 바탕으로 집을 구매할 여력이 생깁니다. 동시에 금융회사들의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야만 주택 수요자는 집을 구매할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상황도 좋고 은행대출도 늘어야 집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지 금리만 인하된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만약 경기가 좋지 않고, 은행 대출까지 줄어든다면 주택수요는 크게 꺾일 수 있습니다. 즉 주택에 대한 기대심리가 깨지는 것이죠. 기대심리가 무너지면 부동산가격은 금리가 인하돼도 하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파트 가격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상당기간 추세를 형성하며 상승하곤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승추세 속에는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할 거라는 믿음이 존재합니다. 경기도 좋고 대출도 쉬워지면 이 믿음이 유지되거나 확산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믿음이 깨지는 것이죠. 그래서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금리의 움직임뿐 아니라 경제상황과 대출증가 추이 그리고 주택수요자들의 심리도 두루 살펴야 합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정상적인 경제 vs 비정상적인 경제 (금리인하와 주가, 금리인하와 부동산)’라는 제목으로 금리인하기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경제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최근 금리인하 소식에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의 경우에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으로 조금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죠. 이런 점에서 보면 금리가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변수이기는하지만 그렇다고 금리가 모든 자산 가격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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