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조정과 국제유가의 관계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물가가 잡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물가가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고 하고, 물가가 하락하면 기준금리를 내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사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이 물가를 잡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긴 하지만 물가를 잡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등락 했을 땐 한 국가의 기준금리 조정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오래전부터 논쟁이 되었던 기준금리와 유가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 내용을 다루기에 앞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에 대해 알아보고 외생변수와 내생변수에 대한 개념을 정리한 뒤 기준금리와 유가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준금리 조정과 국제유가의 관계' 글 구성>
-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 외생요인과 내생요인
- 기준금리 조정과 국제유가
- 정리하는 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여러 가지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설정을 통해 결정된 기준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줄이거나 확대합니다.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통화량을 흡수하고, 물가가 지나치게 하락하거나 경기가 침체되어 있으면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 통화량을 확대시킵니다.
한국은행의 통화량 조정은 표면적으로 금융기관(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에 영향을 주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금융기관(회사)의 자금조달비용의 증감은 가계와 기업의 예금과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소비수요를 조정합니다. 결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이 가계와 기업의 자금수요에 영향을 미쳐 물가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기준금리가 물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물가가 어떤 요인에 의해 상승했는지에 따라 이후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외생요인과 내생요인이 그것입니다.
외생요인과 내생요인
물가 상승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외생(부) 요인과 내생(부)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즉 물가상승의 원인이 ‘국내에서 발생한 것인가?’ 아니면 ‘해외에서 발생한 것인가?’로 나눠볼 수 있는 것이죠. 외생요인은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외부변수입니다. 보통 외생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은 공급측면에 의한 물가상승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내생요인는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조절 가능한 변수입니다. 내생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은 수요측면에 의한 물가상승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환율, 기상이변, 전염병 등은 우리나라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외생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임금상승, 기준금리, 인구변화, 대출 증가 등은 우리나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내생변수죠. 대체로 내생요인는 정부나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물가상승의 대부분이 외생요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주체들이 받는 타격은 상당히 크죠. 유가의 변동에 따라 물가가 매우 즉각적이고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내생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꾸준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오늘 밥을 세 그릇을 먹었는데 내일은 네 그릇을 먹지는 않기 때문이죠. (물론 예외도 있지만 어떤 사람이든 매일 1그릇씩 늘리지는 못할 겁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유가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다면 정말 기준금리 조정이 유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요?
기준금리 조정과 국제유가
앞선 내용에 따르면 유가는 분명 외생변수입니다. 공급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해 국내 물가가 상승한 케이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올랐을 때 한국은행이 나 홀로 기준금리를 올렸다면 물가가 잡힐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회사)의 자금조달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가계나 기업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경제주체들은 여전히 밥을 먹고 차를 타고 공장을 돌려야 하니까요.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기름 한 방울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나라 밖에서 발생한 요인을 제어할 수 있는 힘도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은행의 나 홀로 기준금리 조정은 서민들의 생활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요. 유가상승의 원인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유동성에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특히 유가상승이 국내 투기세력의 극성으로 비롯된 결과라면 투기지역에서의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도 충분히 유가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유가상승의 원인을 외생 변수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투기세력은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자연히 유가는 안정이 되겠죠.
다음으로는 유가상승이 공급지역의 갈등이나 위기로 비롯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 우리나라가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외생변수로 발생한 유가(물가) 상승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만 나 홀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유가안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동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경제 상황에 맞는 수준으로 기준금리인상과 통화정책을 편다면 국내의 수요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수요와 투기세력까지 모두 제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가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전 세계 수요를 글로벌 정책 공조를 통해 줄일 수 있다면 유가는 더 이상 외생변수가 아닌 내생변수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가(물가) 상승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정책은 충분히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정리하는 글
오늘은 ‘기준금리 조정과 국제유가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기준금리가 유가(물가)를 조정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가(물가) 상승의 요인을 내생변수와 외생변수로 구분해 살펴봤고, 외생변수로 발생한 물가상승을 국제공조 등을 통해 내생변수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기준금리 조정으로도 충분히 물가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전 세계에서 물가상승 위협은 빈번하게 나타날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제압되었다고 보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 있고, 기후위기에 따라 식량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 또한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무엇보다 국가 간 혹은 각국의 중앙은행들 간의 공조가 중요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모두가 어려울 때 힘을 합해야 한다는 진리는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것 같네요.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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