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은 성장과 물가 중 어떤 요인에 더 영향을 받을까?
다른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원자재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됩니다.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올라가고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집니다. 반대로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은 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좌우되지만 성장과 물가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거시경제를 대표하는 성장과 물가는 원자재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요? 또 원자재 가격은 성장과 물가 중에서 어떤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까요? 오늘은 이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성장의 관계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산업이 발달하고 도시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인프라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인프라를 형성하기 위해선 원자재가 필요합니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지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경제가 성장할 때는 에너지와 산업금속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사업화와 도시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죠.
원자재는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원자재 매장도 한정적이지만 매장되어 있는 원자재를 캐서 공급하는 일에도 시간과 비용 등 여러 제약이 따릅니다. 공급이 제한된다는 것은 수요의 변화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때마다 원자재 가격이 꿈틀대는 것입니다.
그동안 신흥국 산업발전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인해 왔습니다. 2000년 초중반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등장과 신흥국의 산업화는 원자재 수요의 구조적인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이들 국가의 도시화와 산업화는 인프라 확장, 투자증가, 주택개발과 같은 수요 급증을 이어졌고,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반면 선진국 산업발전은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산업화와 도시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죠. 물론 미국과 같이 경제규모가 큰 국가에서 재정을 투입해 특정 지역을 산업화한다는 정책결정이 나온다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산업화나 도시화보다는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겠죠.
이런 점에서 보면 원자재 가격과 경제발전(성장)은 서로 동행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물가의 관계
일반적으로 원자재 투자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가 상승분만큼 원자재 가격 역시 상승하기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것이죠.
물가는 물건들의 가격을 평균 낸 값입니다. 물건은 실물로 바꿔 쓸 수 있죠. 실물은 원자재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결국 물건은 실물이고, 실물은 원자재이며, 원자재는 물건입니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도 오른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70년 오일 쇼크가 발생했던 시기를 보면 원자재 가격과 물가의 관계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는 저성장 고물가 시대였습니다. 당시에는 중동전쟁으로 석유공급이 제한되었죠. 공급충격으로 유가가 상승했고, 원유공급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며 원유가격을 더욱 부채질했습니다.. 이 시기엔 국제유가와 소비자물가가 모두 상승했습니다.
반대로 2010년대에는 저성장과 저물가 시대였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만든 공산품과 소비재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자 세계 각국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되었습니다. 게다가 통화가치까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원자재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세계경제가 추락했습니다. 중국은 도시를 봉쇄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였으며, 중동지역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었습니다. 그 결과 공급병목 현상이 발생했고,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투입됐던 대규모 자금으로 인해 소비수요가 증가하면서 물가가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공급은 줄어들었는데 수요만 늘어난 상황이 된 겁니다. 그 결과 원자재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과 물가는 늘 동행해 왔습니다..
원자재 가격결정요인 (성장vs물가)
성장과 물가 모두 원자재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 동인입니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성장과 물가) 중에서 어떤 것이 원자재 가격에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중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물가’입니다.
2010년대 이후 글로벌 물가상승률과 원자재지수는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원자재 지수에 비해 동행성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경제성장률에는 약간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글로벌 물가상승률에는 동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물가의 동행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서로 깊은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가와 원자재 가격 사이에는 독특한 심리적 작용이 나타납니다. 갑자기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원자재 가격은 더욱 크게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원자재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수요와 공급문제에 있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염병이 출몰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기 예상보다 크게 물가가 상승했던 것입니다. 즉 시장의 충격이 사재기 움직임으로 이어졌던 것이죠. 그래서 이처럼 예상치 못한 충격은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원자재 가격은 성장과 물가 중 어떤 요인에 더 영향을 받을까?’라는 제목으로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과 물가의 관계를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성장과 물가 중에서 원자재 가격과 보다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무엇인지도 살펴봤습니다.
제 지인들을 보면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채권이나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은 낮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주식 투자는 짧은 기간 동안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채권이나 원자재 투자는 투자 기간도 길고 낮은 수익만 낼 수 있다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반대로 손실을 볼 가능성 또한 높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큰 성공을 거둔 투자자들을 보면 주식투자에만 올인했던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경제상황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달리하며 경제순환에 따른 최적의 투자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눈앞에 큰 수익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잃지 않는 투자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주식뿐 아니라 다른 금융 상품에 대한 지식도 함께 늘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원자재를 알면 글로벌 경제가 보인다.』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아래에 링크합니다.
2024.08.05 - [경제/생활경제] - 원자재와 원료는 무엇이 다를까? <원자재 시장 이해하기>
2024.08.08 - [경제/생활경제] - 경기 사이클에 따라 달라지는 원자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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