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게 되었을까?
많은 분들이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바꿔서 말하면 ‘원자재 가격은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원리에 따라 원자재투자를 하면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이제부터 원자재 가격과 달러의 가치가 왜 반대로 움직이는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달러의 움직임 이해하기
원자재는 금융상품입니다. 즉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원자재는 금융상품이전에 실물기반의 상품입니다. 즉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실물이라는 뜻입니다. 실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물건들의 평균가격을 물가라고 하죠. 따라서 원자재 가격은 물가와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도 오릅니다.
반면 달러는 미국 돈입니다. 미국은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국가이자 세계 1위의 국방력과 경제력을 자랑하는 국가입니다. 그래서 미 달러는 기축통화로 통하고 있죠. 국제 무역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변화면 달러를 기반으로 거래하는 모든 국가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달러는 무역거래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죠. 금융경제에서는 실물경제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달러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즉 달러의 움직임에 전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는 겁니다.
모든 변수가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의 가치는 상승합니다.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돈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것을 의미하죠. 돈의 가치가 높아지면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와 동일한 조건에서 미국이 금리를 5% 올리면 달러의 가치는 5% 상승합니다. 돈의 가격이 5% 상승하면 5%만큼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고, 때론 동일한 돈으로 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돈의 가격이 상승하면 반대로 물건 가격은 하락하고 돈 가격이 하락하면 물건 가격은 상승합니다. 마찬가지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고,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원자재 가격은 상승합니다. 달러의 가치와 원자재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죠.
기축통화 달러의 탄생배경
그렇다면 언제부터 달러와 원자재는 반대로 움직이게 되었을까요? 사실 인류역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돈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금이었습니다. 금이 기축통화였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달러가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달러는 금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을 거치면서 미국은 최강국으로 거듭났습니다. 전쟁 물자를 팔아 세계 곳곳의 금을 끌어 모으면서 전 세계에 최신식 무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중심의 경제체제가 구축되었습니다.
1944년 44개국 연합국은 미국 뉴햄프셔 주 브레턴우즈에 모여 통화금융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금 1온스 당 35달러로 고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즉 35달러를 가져오면 미국에서 금으로 바꿔주는 체제가 구축되었던 것이죠. 이때부터 달러와 금이 기축통화의 자리를 함께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월남전)에 참여하면서 엄청난 돈을 찍었고, 미국은 이 돈으로 전쟁 물자를 사들였습니다. 급격히 달러발행이 늘어나자 주요 선진국들은 달러가치 하락에 불안을 느꼈고, 서둘러 금 교환을 요구했습니다. 급격히 늘어난 금 교환 요구에 당시의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닉슨은 달러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1971년 금태환(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제도를 일방적으로 중단했습니다. 그때부터 달러의 가치는 급락하고 금의 가치는 크게 튀어 올랐죠.
금과 유명을 달리하게 된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미국의 눈에 들어온 것은 원유(에너지)였습니다. 미국은 독일계 유대인 출신 외교전문가 헨리 키신저를 내보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당시 세계 1위의 산유국)의 안보를 책임져주는 대가로 판매하는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도록 만들었던 것이죠.
원유가 없으면 산업도 기계도 제대로 굴러갈 수 없습니다. 인류가 이런 원유를 포기할리는 만무합니다. 헨리 키신저 외교술 덕분에 미국은 원유를 등에 업고 달러를 다시 기축통화의 자리로 복귀시킬 수 있었습니다.
변화된 달러와 원유의 관계, 달러의 '나 홀로 서기'
1944년 이후 세계경제의 두 축을 이뤘던 금은 결국 원유에게 기축통화의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 1위의 산유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달러로만 받기 시작하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달러의 움직임에 따라 원유가격이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원유가격이 1 베럴 당 80달러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해 달러의 가치를 끌어올리면 1 베럴 당 원유가격은 달러의 가치 상승만큼 하락하게 됩니다. 그럼 사우디입장에서는 더 많은 원유를 팔고도 이익이 줄어들게 되죠.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1 베럴 당 원유가격은 달러의 가치 하락만큼 상승하게 됩니다. 적은 원유를 팔고도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가 아닌 달러가 중심이 되어 자신들의 손익이 결정되는 상황이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원유공급을 조정할 수도 없었죠. 자국의 안보가 미국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석유를 손에 쥐고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미국이 자국에서 셰일 오일(shale oil)을 추출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중동지역 원유에 의존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미국입장에서는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질 이유도 사라진 것이고, 사우디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원유공급을 늘리거나 줄이는데 미국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결국 미국과 사우디는 있으나마나 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미 달러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을 만큼 국제적인 통화가 되었고, 자국의 경제력과 국방력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사우디의 원유를 이용해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드는데 충분히 활용했기 때문에 사우디가 더 이상 쓸모없어진 겁니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기축통화로써 달러가 홀로 서기를 시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도 여전히 원유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원유 시세도 달러로 표시되고 있죠. 이 과정에서 달러의 자리를 넘보는 여러 통화들의 도전이 있었고, 달러의 명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원자재 가격과 달러의 가치가 비슷하게 움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제 호조와 원자재 공급 불안,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의 에너지 순 수출국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원자재와 달러가 동반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중심통화로써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달러의 대척점에 있는 실물 자산들의 가치는 달러의 가격과 반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이런 현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게 되었을까?’라는 글 제목으로 원자재 가격과 달러의 관계를 말씀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배경과 그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도 알아봤죠.
지금도 달러는 수많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달러가 흔들리고 있다는 다양한 분석과 견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장 달러를 대체할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과 여전히 미국 경제력과 군사력이 막강하다는 점이 달러의 지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이론이 있죠. ‘달러 스마일 이론’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글은 이 이론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2024.08.05 - [경제/생활경제] - 원자재와 원료는 무엇이 다를까? <원자재 시장 이해하기>
2024.08.13 - [경제/생활경제] - 원자재 가격은 성장과 물가 중 어떤 요인에 더 영향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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