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금융버블, 튤립 버블의 진실
많은 분들이 금융공황을 언급할 때 종종 입에 오르는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1634년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버블 사건인데요.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아가기도 했지만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던 암스테르담은행의 위상을 크게 올렸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암스테르담은행은 당시 다수의 대중을 상대하기보다는 소수의 집단과만 거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튤립버블이 은행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는 점과 함께 당시 튤립 버블의 여파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만큼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럼 바로 이어서 세계 최초의 버블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튤립버블의 배경
튤립이란 이름은 오스만 제국 즉 오늘날 터키의 터번(이슬람교도나 인도인들이 머리에 둘러 감는 수건)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튤립의 모양이 이슬람교도인들이 쓰는 모자와 모양이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인 것이죠. 튤립은 '모자이크'라 불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매우 특이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는데요. 하지만 바이러스에 걸린 구근(지하에 있는 식물체의 일부인 뿌리나 줄기 또는 잎 따위가 달걀모양으로 비대하여 양분을 저장한 것)은 번식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품귀현상이 빚어지곤 했습니다.
1600년 당시 세계적인 교역 국가이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이 희귀한 꽃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왕'이나 '장군'과 같은 애칭이 붙었던 튤립의 경우에는 큰 인기를 끌었죠. 특히 이 중에서도 ‘영원한 황제’를 의미하는 '셈페리 아우구스투스'라는 구근은 웬만한 저택 3채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튤립 구근은 사람들 사이에서 투기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때부터 희귀한 물건에 가치가 부여되는 원자재투자가 유행했던 것이죠.
세계 최초의 파생금융상품 옵션의 등장
이렇게 튤립광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 파생금융상품인 옵션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옵션은 '미래에 특정 자산을 정해진 가격과 날짜에 매매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옵션을 이용해 튤립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즉 옵션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돈이 많지 않은 사람도 튤립을 직접 거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튤립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튤립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옵션 즉 콜(CALL) 옵션을 사들였고, 반대로 튤립 가격이 떨어질 거라 우려한 농민들은 미리 정해진 가격에 튤립을 팔 수 있는 권리 즉 풋(PUT) 옵션을 사들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튤립 구근 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튤립 버블의 최후
최초의 버블이었기에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버블은 결국 꺼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정점에 달한 튤립가격은 이내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이 올라갈 때는 완만했지만, 떨어질 때는 급전직하했던 것이죠. 떨어지는 칼날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투매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했습니다.
후대에 밝혀진 진실
1841년 영국의 언론인 찰스 맥케이라는 사람은 <대중의 미망과 광기>라는 책을 통해서 튤립 버블을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후세의 연구에 따르면 맥케이가 묘사한 튤립 버블의 상당 부분은 허구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희귀한 구근은 가격이 높으며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투기에 참여했을 뿐이지 네덜란드가 전체가 큰 위기를 겪었던 것은 아닙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암스테르담은행은 소수와 거래를 했을뿐이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투기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네덜란드의 법 집행력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손해를 봤다면 도망가면 그만이었습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봤을 때 튤립 버블로 네덜란드가 경제공황에 직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튤립버블 사건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시사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튤립버블이 우리하게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튤립버블이 한 국가의 경제를 공황으로 몰아갔다는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튤립버블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발생한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이고, 이 일이 발생하면서 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튤립버블이 발생한 이후부터 경제공황이나 금융위기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불완전한 시스템이라는 점과 인간의 광기와 욕망이 결국 사회 시스템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지금도 여전히 과거와 다르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튤립버블을 단순히 세계 최초의 버블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약점을 보여준 사건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세계 최초의 버블, 튤립 버블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튤립 버블의 배경과 진행과정 그리고 파생금융상품인 옵션의 탄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러면서 최초의 버블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도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2024년 연준(Fed)의 9월 금리인하에 앞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투자했죠. 그로 인해 미 증시는 유례없는 고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이들 기업의 주가가 고평가 되었다는 말들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버블의 정점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너도나도 돈을 벌 수 있다며 한 곳으로 몰릴 때 버블은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지체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덮치는 것이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분명 다를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이런 모습을 보면 인간의 욕망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다모클레스의칼』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2024.05.01 - [경제/생활경제] -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 블라이드 마스터스
2024.04.25 - [경제/생활경제] -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 ABS와 MBS
2024.04.30 - [경제/생활경제] - 주택저당증권 MBS의 사생아 CDO, CDS
2024.06.17 - [경제/생활경제] - 경제위기 신호를 보내는 CDS 프리미엄
2024.07.12 - [경제/생활경제] - 부채가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는 과정
'경제 > 생활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관세' 알아보기 (0) | 2024.09.15 |
---|---|
경기둔화 방어자산, 천연가스 알아보기 (4) | 2024.09.12 |
NDF(차액결제선물환) 쉽게 이해하기 (1) | 2024.09.09 |
토지거래허가구역 알아보기(개념, 도입배경, 제도 도입에 따른 논란) (6) | 2024.09.07 |
달러투자는 왜 매력적인가? (17) | 202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