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중앙은행은 왜 외환시장에 개입할까?
2024년 4월 16일 장중 환율이 1,400원을 찍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그 이유는 환율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치솟으면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외환당국(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을 할 수도 있다고 발표하자 환율은 조금씩 떨어져 1380원대를 유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왜 외환시장에 개입할까요?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에는 환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환율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2024.04.01 - [경제/생활경제] - 환율, 완벽하게 이해하기
환율이 오르면 무엇이 문제일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환율이 급등하면 한국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높은 환율은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높아져 국내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근래에 유가가 올라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환율까지 오르면 유가는 더 높이 치솟을 수 있습니다.
물론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환율급등을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의 제품을 팔아도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이미 물가가 높은 상태인 데다가 국내 기업들이 수출실적을 높이기 위해 해외 기업들과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율이 오르면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환율이 높다는 것은 달러가 강세고, 원화가 약세라는 뜻입니다. 이미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가 2% 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환율이 더 치솟게 되면 외국인들이 국내에 투자했던 주식, 채권, 부동산에서 자금을 회수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국내 금융시장의 폭락은 물 보듯 뻔한 일이 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과 같이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환율이 치솟게 되면, 외환당국에서 이를 대비할 수 있는 통화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는 재정정책을 써서 시중에 돈을 풀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 경기회복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금리가 높고 환율이 치솟는 상태에서는 이런 정책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외환당국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쓰는 순간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환율이 치솟을 때는 외환당국이 빠르게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외환당국은 한국경제 최후의 수호자
외환당국(기획재정부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이유는 한국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금융시장과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이죠.
어떠한 이유로든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 외환시장에서는 환투기가 급증하곤 합니다. 환투기란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때 다른 국가와의 통화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목적으로 행하는 매매를 말합니다. 지금과 같이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환투기까지 끼어들면 환율은 큰 변동성을 보이기 쉽습니다. 즉 외환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죠.
환투기를 주로 이용하는 세력은 주로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입니다. 이들은 글로벌 외환시장을 상대로 늘 환투기를 벌이곤 합니다. 특정 국가의 통화를 대량 매매해 시세변동을 증폭시켜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 이들의 주된 수법입니다.
환투기가 극심해지면 환율변동이 커져 해당 국가의 경제가 불안해집니다. 심한 경우에는 외환 부족 사태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환당국은 환울 급등으로 시장이 불안해지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개입합니다. 당국의 시장개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구두개입'과 '실제개입'입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과 실제개입
구두개입은 서두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외환당국이 언론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경고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외환당국은 실제개입을 통해 외환시장에서 자국통화와 외화를 매매해 시세를 조정합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관련된 최근 기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6125000002?input=1195m
일반적으로 환율이 급등했을 때 외환당국은 채권(국채) 발행을 통해 시장에 개입합니다. 외환당국이 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사들이는 것이죠. 달러가 국내로 들어올수록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게 됩니다. 즉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가 많아질수록 치솟았던 환율이 하향 안정화 되는 것입니다.
외환당국이 환율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은 주로 외화표시채권입니다. 대표적인 채권은 *‘외국환 평행기금채권’입니다. 이 채권은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제 금융시장 내 한국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됩니다. 외환당국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발행됩니다.
외환당국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외환보유액(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대비해 비축해 둔 외화를 말합니다.
중앙은행은 이 외환보유액을 평소 국내 시중은행에 예금이나 대출형태로 넣어두기도 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기관에 넣어 두기도 합니다. 비축된 외화의 대부분은 달러입니다.
환율이 급락했을 때 한국은행은 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꺼내 시장에 내다 팔고, 원화를 사들입니다. 그러면 국내에 있던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원화는 늘어나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 하향 안정화 됩니다. 반대로 환율이 급락하게 되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외환당국은 채권을 매매하거나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환율을 조정합니다.
대한민국 외환보유액(고)
현재 대한민국 외환보유액은 4,200억 달러 수준입니다. 2021년에는 4,400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은 양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 1위 외환보유액 국가인 중국 약 3조 1천억 달러, 세계 2위 일본 약 1조 2천억 달러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물론 지나치게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두는 행동은 국내 시중 유동성을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국내 외환보유고를 바라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더구나 한국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부채를 합친 국가 총부채 비율이 증가한 유일한 나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외환보유고의 지속적인 감소는 경계해야 합니다. 국내의 경제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외부 리스크에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정부와 중앙은행은 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지 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아울러 국내 외환보유고 감소가 걱정된다는 말씀도 전해드렸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의 경제가 모두 어려운 만큼, 대한민국 정부와 외환당국은 이 위기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사활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어설명>
*외환보유액(=외환보유고): 한 나라가 어느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외환 채권의 총액
*헤지펀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운영하는 일종의 사모펀드
*사모펀드: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
*외국환 평행기금채권: 외화자금의 수급조절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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