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시기에 성장주 투자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지난 4월 19일 미국 AI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10% 급락하면서 나스닥 지수가 2% 넘게 하락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하락에 미국 주식에 투자했던 분들이 많은 충격을 받으셨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사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PER이 높은 성장주 투자를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왜 성장주를 조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성장주가 무엇이고 주가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본 다음, 인플레이션 시기에 성장주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장주와 가치주는 무엇이 다를까?
성장주는 미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주식을 말합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산업 과도기 중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자본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산업은 첨단산업 중심의 주식입니다. 대표적인 산업분야로는 인공지능, 반도체, 헬스 케어, 친환경 에너지, 배터리, 로봇 등의 산업을 들 수 있습니다.
반면 가치주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현재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는 금융, 전기, 생활용품, 조선 등의 산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주는 가치주에 비해 *PER(주가 수익비율, Price-Earning Ratio)이 높은 편입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현재 기업의 주가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PER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PER이 낮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PER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 투자인 것이죠.
그런데 성장주는 PER이 높은 편이고, 가치주는 PER이 낮은 편입니다. 이 말은 성장주가 가치주에 비해 높은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뜻입니다. PER이 높다는 것은 현재 기업 실적에 비해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성장주는 미래의 성장가능성이 높은 만큼 많은 자금이 몰리곤 합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도 이런 기업들에 투자를 하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Too big to fail, TBTF)라는 말이 있죠. 직역하면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뜻이죠. 특히 PER이 높고 우량한 기업의 주식일수록 대마불사의 믿음이 큰 것 같습니다.
외부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주가
현대 금융의 역사를 보면, 크게 상승했던 주가가 외부환경에 악화됨에 따라 반 토막 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닷컴 버블이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습니다.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곤 했죠.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미래에 유망한 기업의 주식들이 한 결 같이 큰 관심을 모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큰 폭의 가치상승에 투기세력들까지 몰려들게 되었고, 거품이 생기고 위기가 터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외부환경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성장과 함께 자금 융통이 수월한 상황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데, 돈까지 빌리기 쉬우니 부채를 활용해서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죠.
결국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주가를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본질적인 요소는 기업의 성장이지만, 이런 성장가능성에 힘을 불어넣거나 빼는 것은 외부환경인 것입니다. 즉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하락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성장주가 위험한 이유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시기를 대인플레이션의 시대라고 부르곤 합니다. 오일쇼크가 터지기 전에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라고 불리는 50여 개의 우량주들이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일쇼크가 터지자마자 이 주식들도 다른 위기 때처럼 초라한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니프티 피프티 (Nifty Fifty):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의 시기에서 미국의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50개의 종목을 말한다.
금융의 역사를 보면 호황기 끝에는 늘 버블이 따라왔고, 이런 버블에 투기세력까지 더해지경우 소위 우량주라고 불리는 성장주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곤 했습니다. 결국 이 성장주들은 일부 사람들에게 높은 수익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제가 금융의 역사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인간의 행동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사람들은 과거의 위기를 쉽게 망각합니다. 게다가 위기를 인지하고 있더라도 거품의 한 복판에 서 있으면 자신이 거품 속에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못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여기에 자신의 욕심까지 더해지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자산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성장주 투자는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성장주들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곤 합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곤 하죠. 그러다 소리 소문 없이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곪아있던 한 곳이 터지면서 전체가 위기에 휩싸이게 됩니다. 투매를 서슴지 않고 너도나도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죠. 그럼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합니다.
성장주는 분명 매력적인 자산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의 힘으로만 상승한 자산은 언제 어떻게 하락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사실 언제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사람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는 경우가 많죠. 단, 장기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이런 등락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짧은 시간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난 성장주들은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기저기서 위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투자의 거장들이라고 불리는 인사들도 투자자들에게 연이어 경고를 내놓고 있는 것은 성장주에 과도한 쏠림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물론 투자야 개인의 책임이 동반된 행동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현장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의 말과 위기 속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는 최소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정리하는 글
오늘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성장주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제가 설명을 드리면서 과거의 사례를 인용한 이유는 조건만 맞으면 비슷한 위기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특히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흔히 경제는 결국 인간의 심리에 좌우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심리는 늘 한 곳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쪽이 극에 달하면, 다른 한쪽이 서서히 움직이는 법입니다. 인간은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안정적인 상황을 선호하니까요.
한 자산에 대한 집중투자는 분명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만한 리스크를 안아야만 합니다.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다면, 자기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자 행동이겠죠.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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