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생활경제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를 반영하는 이유

by 순수한 땡글 2024. 3. 23.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를 반영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은 *만기가 길수록 이자가 높고, 만기가 짧을수록 이자가 낮습니다. 은행에 예금할 때 1년 미만(단기)의 예금과 1년 이상(장기)의 예금에 붙는 이자가 다른 것처럼, 어떤 금융상품이든 단기금융상품에는 적은 이자가, 장기금융상품에는 많은 이자가 붙습니다. 이를 보고 금융상품에 *유동성 프리미엄이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동안 세계 경제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대부분 1~2년 후에 경기침체가 찾아왔습니다.

 

장단기금리역전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출처: 파이낸셜투데이_장단기금리역전

 

정상적인 금융시장

 

은행은 일반적으로 고객들에게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데 사용합니다. 즉 단기예금으로 장기대출을 하는 것이죠. 그래야 은행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은행이 단기로 자금을 빌려와서 장기로 대출을 해주면 갑자기 고객들이 돈을 찾으러 왔을 때 은행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답을 드리겠습니다. 은행창구를 살펴보시면 됩니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보다 예금을 넣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한 은행 자체적으로도 *지급준비금을 통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만기가 길수록 유동성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금융시장이 안정화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즉 유동성프리미엄은 은행 금리가 천천히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경기가 회복되거나 성장하고 있을 때 나타납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개인과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1년 이상의 장기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거나 은행대출을 늘립니다. 채권발행이 늘어날수록 채권발행자는 자신들의 채권을 팔기 위해 이자를 높입니다. 이는 장기채권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은행 역시 대출이 늘어날수록 대출에 붙는 이자를 높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장기금융상품 금리도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채권 개념을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2024.03.12 - [경제/생활경제] - 채권 이해하기 (개념, 종류, 특징)

 

채권 이해하기 (개념, 종류, 특징)

채권 이해하기 (개념, 종류, 특징)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라고 하면 ‘주식’만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투자시장에는 주식뿐 아니라 가상화폐, 원자재, 선물·현물 시장도 있습니다

the-gongam1313.tistory.com

 

비정상적인 금융시장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 시기에는 장기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들이 줄어듭니다. 시중에 채권공급 줄어들면 채권발행자들이 금리를 낮춰도 채권을 팔 수 있습니다. 공급이 줄어드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채권금리 또한 내려가게 됩니다. 장기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장기채와 단기채 금리 차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역전까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은행은 고객들의 돈을 단기로 빌려서 장기로 빌려준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금리가 올라서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에는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보다는 저축하려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은행들은 단기예금으로 장기대출을 해줬는데 대출은 없고 예금만 들어오니 이 균형이 깨진 것이죠. 이런 상태에서는 단기 예금 금리는 높지만, 장기 대출 금리는 낮아지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예금금리가 대출 금리보다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역마진이 발생하는 겁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다는 것은 경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채권이든 예금이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합니다.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가 위축되기 쉽고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금융기관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장단기 역전형상이 나타나면 경제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금융시장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1960년 이후부터 2000년 초까지 한 달 이상 이어진 금리 역전 현상이 열 번 나타났는데, 이 중 일곱 차례는 1년 안에 경기침체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70%라는 확률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죠.

 

 

현재의 금융시장

 

2022년 여름에 미국에서는 장단기금리가 역전이 나타났고,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대출금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당연히 은행의 수익성에도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그 증거로 그동안 SVB(실리콘벨리은행)와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은행들이 자금문제로 거론되기도 했죠. 지금도 중소형은행들 사이에서는 *금융위기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정리하는 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경제위기나 금융위기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뭔가 경제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점점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는 괴리가 커져가고 있고, 공급망 문제와 기후 문제 등 다양한 위기들이 나타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20243FOMC의 금리 동결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으나, 지금도 여전히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있기에 항상 긴장감을 갖고 금융시장을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어설명>

*만기: 미리 정한 기한이 다 참. 또는 그 기한
*유동성: 자산이나 채권을 손실 없이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 즉 얼마나 빨리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개념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에 대해 요구하는 가격 할인이나 추가 금리 따위의 혜택
*예대마진: 예금과 대출의 차로 발생하는 마진
*지급준비금: 일정량의 현금 또는 그에 준하는 자산을 중앙은행에 예치한 것
*금융위기: 금융기관(주로 은행)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