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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유럽은 왜 저물어 가는가? <통화관점>

by 순수한 땡글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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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왜 저물어 가는가? <통화관점>

 

 

최근 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2000년 초만 해도 유럽의 경제는 세계를 압도할 만큼 강한 기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유럽이 크게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로화는 유럽이 강세를 보일 때 탄생했고, 이 시기에 유로존 국가들이 하나의 블록으로 결집되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세등등했던 유럽의 위상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특히 남부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위기는 유로존 전체위기로 번지게 되었고, 2024년 현재까지도 회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로존 국가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되기까지에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로존 국가들이 사용하는 ‘유로’가 각국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럽은 왜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는지 통화(유로화) 관점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로 통합된 유로존
하나로 통합된 유로존

 

 

유로화의 탄생배경

 

199111일 유럽 국가들은 경제를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12개의 유럽 국가들이 유로존을 형성하기로 약속하고 유로화를 단일화폐로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잠시 이 시대의 상황을 살펴보면, 2001년에는 9.11 테러가 발생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했으며, 2003년에는 2차 걸프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미국은 재정적자를 남발했고, 경기는 침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반해 유로존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했습니다. 이렇게 출범한 유로화는 달러에 비해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균열,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체력

 

유로존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균열이란 바로 경제체력입니다. 유로존을 형성할 당시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력 수준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수출 제조업 경쟁력은 독일이 강했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그리스는 독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경제력을 보였죠. 그런 와중에 그리스가 유럽통화동맹으로 편입되면서 그리스와 독일은 같은 통화(유로화)를 쓰게 되었습니다.

 

유로존 균열의 핵심은 각국의 경제체력에 따른 국가신용도에 있었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경제통합을 이루기 전에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선진 국가들은 경제체력이 강했기 때문에 국가 신용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자금을 빌릴 때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와 같이 경제체력이 약한 국가들은 국가 신용도가 낮았기 때문에 자금을 빌릴 때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경제력 차이를 보이던 국가들이 유로존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통합돼 유로화를 단일통화로 채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던 겁니다. 유럽이 통합되면서 유로존 국가들은 자국통화를 버리고 유로화를 채택했는데, 유로화가 각국의 경제력 차이와 통화가치를 평준화시킨 겁니다.

 

결국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선진 국가들은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리스와 같이 경제체력이 약한 국가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그리스와 같은 국가들은 이 이점을 살려 국채를 대량 발행해 강력한 확대재정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결국 유로존에 포함된 경제 강국들은 가치가 떨어진 통화를 사용하게 된 것이고, 경제 약국들은 가치가 올라간 통화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로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 재정정책과 환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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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을 강타한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그 이후

 

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로존 국가들도 경기부양책을 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와 같은 국가들은 그동안 여러 국가로부터 많은 돈을 끌어다 썼음에도 금융위기 발생으로 더 많은 부채를 져야만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달러가치는 크게 치솟게 되고, 그리스는 갈수록 국가부채를 갚을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는 결국 국가부도(다폴트)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듭니다. 왜 그토록 많은 국가와 투자자들이 경제체력이 약했던 그리스와 같은 국가에 돈을 빌려줬던 것일까요? 혹시 믿을 구석이 있었던 것일까요?

 

네 있었습니다. 사실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리스의 신용을 보고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유로존 신용을 보고 돈을 빌려줬던 것입니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로존에 속해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경제체력이 탄탄한 국가를 보고 돈을 빌려준 것이죠. 유로존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한 몸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채권국과 투자자들은 유로존 내에 그리스와 비슷한 경제체력을 보였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조금씩 부채상환 압력을 넣자 해당국가에 투자했던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패닉상태에 빠진 채권자들의 자금 유출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그리스를 비롯한 남부 유럽 국가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것이 2011년 발생한 유럽 발 재정위기입니다.

 

그런 후 2020년 코로나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로존 국가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했습니다. 이에 더해 러시아 우크라나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의 에너지에 의존했던 유럽 국가들은 또 한 번 꺾이게 됩니다. 치솟는 물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억지로 경제를 지탱해야만 했죠. 이런 과정을 통해 유로화 가치는 유럽 재정위기 이전 수준보다 크게 낮아졌고, 유로화의 국제통화 위상에도 상당히 큰 금이 가게 된 것이죠. 이 때문에 지금도 유로존은 부채와 화폐가치 하락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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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글

 

오늘은 유럽은 왜 저물어 가는가? <통화관점>’라는 제목으로 유로화의 탄생배경과 시대적 상황을 살펴봤고, 이 과정에서 유로화가 어떻게 유로존을 나락으로 끌고 가게 되었는지 살펴봤습니다.

 

경제블록을 넘어 경제통합을 이룬 유로존은 유럽이라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였지만, 그들이 발행한 통화와 이해관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여러 국가를 하나의 목표로 끌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유로존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는 없지만, 과거의 영광이 다시 한번 꺾여 흩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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