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liquidity) 개념과 종류 알아보기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시대. 코로나19 이후로 우리 사회는 높은 물가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치솟는 식료품, 생활용품 가격은 사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언급한 대규모 자금이 바로 유동성을 뜻하는데요. 오늘은 유동성에 대한 내용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유동성에 대한 글은 두 편으로 나누어 ‘유동성(liquidity) 개념과 종류 알아보기’와 ‘유동성(liquidity) 공급주체와 유동성 동작원리 알아보기’로 업로드하겠습니다.
유동성(liquidity)이란?
유동성의 사전적 의미는 ‘가치의 손실 없이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입니다. 쉽게 말해 유동성을 ‘돈으로 바꾸기 쉬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또한 유동성은 경우에 따라 ‘돈’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하기 쉬워지면, 사람들은 이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곤 합니다. 그래서 유동성이 풍부한(높은) 경제에서는 주가가 상승하고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이 미래 경기를 낙관하지 못한다면, 이 유동성은 부동산이나 채권(국채) 같은 일부 자산으로 몰리기 쉽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기 쉽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부동산 가격이 크게 치솟은 것도 바로 여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동성’은 영어로 ‘liquidity’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액체 형태의’, ‘액상의’, ‘유동적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유동’이라는 단어에서 그 의미를 추론할 수 있듯이, 돈은 쉽게 움직여야 하고 쉽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비스와 재화를 구입하는데 문제가 없으니까요.
이처럼 쉽게 활용하기 쉬운 돈을 두고 ‘유동성이 높다’고 표현하고, 활용하기 어려운 돈을 두고 ‘유동성이 낮다’고 표현합니다.
유동성은 어떤 ‘대상’을 기준으로 측정하는가에 따라 ‘자산에 대한 유동성’과 ‘경기 주체의 유동성’으로 구분되고, 또 얼마나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지 ‘정도와 범위’에 따라 <M0>. <M1>, <M2>, <LF>, <L>로 구분됩니다.
‘대상’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자산의 유동성’과 ‘경제주체의 유동성’
‘대상’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유동성은 '자산의 유동성'과 '경제주체의 유동성'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자산의 유동성’은 다시 ‘화폐의 유동성’과 ‘화폐를 제외한 유동성’으로 나누어집니다. ‘화폐의 유동성’은 화폐를 다른 재화나 서비스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말하고, ‘화폐를 제외한 유동성’은 자산을 화폐로 바꾼 뒤 다른 재화나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자산의 유동성’은 화폐로 바꾸고자 하는 대상(자산)의 양과 질, 시장의 형성, 거래방법 등에 따라 유동성 정도가 달라집니다. 유동성을 어떤 대상을 기준으로 측정하든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유동성이 높다고 표현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유동성이 낮다고 표현합니다.
‘경제주체의 유동성’은 경제주체(가계, 기업, 정부)가 채무(빌린 돈을 갚아야 할 의무)를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경제주체가 돈을 잘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유동성이 높은 것이고, 돈을 갚을 능력이 부족하면 유동성이 낮은 것이죠.
유동성 개념은 ‘현금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상품 중에서 어디까지를 통화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유동성 그 자체를 ‘통화(돈, 화폐, 지폐) 그 자체로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분류됩니다. 그래서 유동성을 표현할 때는 화폐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지칭하기도 하고, 때론 화폐 그 자체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유동성을 통화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단순히 화폐로 이해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현금을 포함한 여러 금융상품 중 어디까지를 통화로 인정하고 있는지’ 이 기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동성 ‘정도와 범위’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M0>, <M1>, <M2>, <LF>, <L>
‘현금을 포함한 여러 금융상품 중 어디까지를 통화로 인정할 것인가?’ 이 기준이 되는 것은 현금을 포함한 자산이 얼마나 쉽게 현금화(유동화) 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현금(지폐)은 더 이상 현금화할 수 없지만, 금융상품은 그 종류와 특성에 따라 현금화(유동화)할 수 있는 정도와 범위가 다릅니다. 그래서 이 기준에 따라 유동성이 구분되고 있는 것이죠.
우리 경제에서 사용되는 통화는 크게 본원통화(M0),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금융기관 유동성(LF), 광의 유동성(L)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이 제시한 기준에 따른 분류입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높은 순서로 나열하면 <M0>, <M1>, <M2>, <LF>, <L> 순입니다.
먼저 본원통화(M0)는 본원이 발행한 통화입니다. 여기서 ‘본원’은 ‘한국은행’을 뜻합니다. ‘M’은 ‘Monetary base’에서 따왔습니다. 네이버 사전에서는 본원통화를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계정에 예치된 금융기관 자금과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금을 합한 것이라 정의합니다. <M0= 현금통화 + 지급준비금>
*지급준비금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03.13 - [경제/생활경제] -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2024.04.11 - [경제/생활경제] -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 조정에 따른 장단점
협의통화(M1)는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한 뒤 국민들의 손에 들어온 돈입니다.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현금, 요구불예금(고객이 요구에 곧바로 인출할 수 있는 돈)등이 이 범주에 속합니다.
<M1= 현금 + 국민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
광의통화(M2)는 협의통화(M1) 보다 현금화하기 어려운 정도와 넓은 범위를 표현한 통화지표입니다. 저축성 예금, 시장형 금융상품, 실적 배당형 금융상품, 금융채(권) 거주자외화예금 등이 있으며, 보통 만기 ‘2년 미만’의 금융상품이 이에 해당됩니다. 조금만 더 설명을 덧붙인다면 광의통화(M2)는 당장에 현금화할 수 있지만 이자수익을 손해 보기 때문에 쉽게 현금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통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M2= M1 + 만기 2년 미만의 금융상품>
금융기관 유동성(LF)은 광의통화(M2) 보다 현금화하기 어려운 정도와 넓은 범위를 표현한 통화지표입니다. 본래 M3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한국은행이 광의의 유동성지표를 개발하면서 이후부터는 금융기관 유동성(LF)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LF에는 주로 ‘2년 이상’의 금융상품이 포함되는데, 여기에는 만기 2년 이상의 정기 예·적금, 금융채, 금전신탁,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준비금, 증권회사의 예수금, 기업어음, 회사채, 국공채 등이 포함됩니다.
<LF= M1 + M2 + 만기 2년 이상 금융상품>
광의 유동성(L)은 현금화하기 가장 어려운 정도와 넓은 범위의 통화지표입니다. 광의 유동성(L)에는 장기금융상품이 포함되는데 금융기관 유동성(LF)에 기업과 정부가 발행하는 기업어음, 회사채, 국공채 등 이전 통화지표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금융상품이 포함됩니다. 즉 단기와 장기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L= M1 + M2+ LF + 남은 모든 금융상품>
정리하는 글
오늘은 ‘유동성(liquidity) 개념과 종류 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유동성이란 무엇인지, 또 유동성이 어떠한 기준으로 구분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이런 통화체계를 따르게 된 까닭은 유동성이 어느 곳에 몰려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섭니다. 금융당국이 어느 곳에 이 정체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그에 걸맞은(돈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이죠.
가령 금융기관 유동성(LF)에 유동성이 몰려있다면,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가 중간정도 되는 금융상품에 돈이 몰려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금융당국은 여러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 자금을 단기시장(예금 금리인상 등)으로 유도할 수도 있고, 장기시장(장기채권 발행 등)으로 유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고, 다음 글인 ‘유동성 공급주체 알아보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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