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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by 순수한 땡글 2024. 3. 13.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많은 분들이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들의 금리가 결정된다고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통위와 한국은행의 역할은 분명 다릅니다.

 

한국은행은 금통위에서 정한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시중은행들이 이 금리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여러 정책을 펼칩니다. 이 정책을 통화정책이라고 합니다. 즉, 금통위가 '기준'을 제시하고, 한국은행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실행?'하는 것이죠.

 

금통위는 한국은행총재와 부총재 그리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대한 상공회의 소 등 대통령의 추천을 받은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기준금리를 정하는 것이죠. 의결을 위한 정기회의는 매년 8(1, 2, 4, 5, 7, 8, 10, 11) 열립니다.

 

한국은행은 금통위가 제시한 기준금리를 토대로 시중은행들의 금리를 조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통화정책을 활용합니다.

 

공개시장 운영
여·수신제도
지급준비율 조정

 

중앙은행

 

공개시장 운영

 

공개시장운영(open market operation)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국공채(채권) 등을 매매해 시중 유동성과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입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같은 금융기관이 주요 고객이 됩니다. 채권 발행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채권은 쪼개져 증권시장 창구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현재는 개인들도 어렵지 않게 채권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창구는 투자자들에게 공개된 거래 장소이기 때문에 공개 시장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채권을 새로 발행하거나 미리 사뒀던 채권을 은행에 팔면 은행에 있던 자금이 한국은행으로 흡수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러면 은행은 기업과 가계에 대출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시중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량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줄어들수록 시중은행은 돈이 귀해지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게 됩니다. 결국 소비와 판매가 위축되면서 물가가 안정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에 있던 채권을 사들이면 한국은행에 있던 자금이 시중은행으로 이동합니다. 자금이 넉넉해진 은행은 기업과 가계에 대출 여력이 늘어나면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소비와 판매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화폐가 늘어나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은행은 공개된 시장에서 채권을 매매해 통화량과 물가를 조절합니다.

 

* 채권에 대한 개념을 잡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눌러주세요.

 

2024.03.12 - [경제/생활경제] - 채권 이해하기 (개념, 종류, 특징)

 

채권 이해하기 (개념, 종류, 특징)

채권 이해하기 (개념, 종류, 특징)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라고 하면 ‘주식’만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투자시장에는 주식뿐 아니라 가상화폐, 원자재, 선물·현물 시장도 있습니다

the-gongam1313.tistory.com

 

·수신제도

 

·수신제도는 한국은행이 은행을 상대로 대출하거나 예금을 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수신제도는 대출을 의미하는 여신예금을 의미하는 수신을 합한 말입니다. 한국은행이 시행하는 여·수신제도는 자금조정대출, 자금조정예금, 일중당좌대출, 특별대출, 금융중개지원대출로 구성됩니다.

 

용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자금조정대출은 시중은행이 갑자기 필요한 자금을 한국은행에서 빌리는 제도를 말합니다. 자금조정예금은 은행이 여유자금을 한국은행에 1일 만기로 예금하는 제도입니다. 일중당좌대출은 은행이 일시 경제 자금이 부족할 때 한은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특별대출은 특별융자 혹은 긴급대출이라고도 하는데요. 금융기관이 자금 부족 등의 경영위기에 빠질 때 한국은행이 특별히 은행에 제공하는 대출입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해 줄 자금이 부족할 때 한국은행이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이처럼 시중은행에게 있어 한국은행의 여·수신제도는 자금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여신금리 수준이나 은행별 한도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 방법 역시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조절하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한은이 대출이자를 높이면 시중은행들 역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대출 규모를 늘리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행은 여·수신제도를 활용해 시중 자금을 조절해 시중금리 수준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대출제도는 일시적 자금부족에 직면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함으로써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종대부자: 금융 시장에 위기가 발생해 개별 금융 기관 혹은 금융 시장 전체에 자금이 부족한 경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종으로 자금을 공급하여 주는 기관

 

 

지급준비율 조정

 

지급준비금제도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은행, 증권회사 등)으로 하여금 고객이 예치한 돈을 일정비율로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여기서 금융기관이 예금고객의 지급요구에 곧바로 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돈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하며, 고객 예금 중에서 일정비율로 돈을 빼놓는 것을 지급준비율(지준율)’이라고 합니다.

 

한국은행뿐 아니라 중앙은행 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국가들은 모두 지급준비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래 이 제도는 1863년 미국에서 예금자보호를 위해 법정지급준비금을 부과하는 것이 효시가 되었는데, 이 제도가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표면적으로 중앙은행이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시중통화량을 조절하는 도구로 활용하게 된 것이죠.

 

한국은행이 지준율 수준을 높이거나 낮추면 시중은행들은 이에 맞춰 고객의 예금을 한국은행에 예치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조정해 은행의 자금부족 상태를 방지하는 한편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국은행은 시주은행이 지준율을 유지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어겼을 시에는 부족액 중 일정비율로 과태금을 부과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중앙은행을 두고 은행 중에 은행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맺음말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수행하는 통화정책에는 시대적 과제가 반영됩니다. 가령 1980년대에는 물가안정과 금융자유화가, 2000년대에는 경제 글로벌화와 금융위기 극복이 주요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2011년 이후부터는 물가안정금융안정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처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기관이자 법적으로 독립적 성격을 지닌 기관입니다. 즉 정부정책과 관련이 없는 기관이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한국은행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을 위한 기관이 정부의 이해관계로 좌우되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행이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신뢰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국민을 위한 기관이 권력에 물들어 국민에게 칼을 들게 만들어선 안 되겠죠.

 

 

 

참고문헌: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경제금융용어 700선』 _한국은행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