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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외환당국 개입이 어떻게 시장을 망칠까?

by 순수한 땡글 2024. 8. 13.

외환당국 개입이 어떻게 시장을 망칠까?

 

이전 글에서 외환당국이 환율을 안정시킬 때 외환보유고 활용, 구두개입, 외국환평행기금 채권 발행이라는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이어서 이 방법들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어떤 경우에 문제가 발생되는지 이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글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08.12 - [분류 전체보기] - 외환당국이 시장을 안정시킬 때 사용하는 세 가지 방법

 

 

외환시장 현황을 볼 수 있는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이미지 출처_연합뉴스_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첫 번째 경우, 외환보유고 활용 타이밍에 문제가 있을 때

 

환율이 급등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외환보유고를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이긴 하지만 개입 시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거나 비참한 결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큰 이벤트가 발생해 환율이 크게 올랐는데 이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 처해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조기에 불을 끌 수도 있겠지만, 정작 실질적인 개입이 필요할 때 달러가 부족해 문제가 확산되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큰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죠. 섣불리 경고사격을 하다가 정작 본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는 총알이 부족해 총을 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시장개입 시기를 놓치면 이미 위기가 확산돼 아무리 많은 외환보유고를 투입해도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싸움이 벌어져 여기저기 큰 손해를 입었는데, 그제야 경고사격을 하며 시장에 호통을 쳐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죠.

 

이처럼 외환보유고를 투입하는데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총알만 소비하거나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결과로 끝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야만 적절한 시장개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경우, 구두개입이 먹히지 않을 때

 

이전 글에서 외환당국이 외환보유고를 사용하기에 앞서 시장에 구두개입 경고를 한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구두개입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외환당국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죠. 환율이 급등락 했을 때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한다고 구두경고를 했지만, 헤지펀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을 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1997년에 일어난 IMF사태 때의 일입니다.

 

헤지펀드와 같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런 행동을 보인 이유는 구두개입을 선언한 정부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헤지펀드들이 정부의 말을 무시한 이유는 이미 전후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시기에는 정부의 구두개입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IMF 사태 당시 대한민국 기업들에게는 수많은 외채가 있었고, 이미 일부기업들은 채무불이행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환율이 치솟을 거라는 전망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서로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고, 이런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면 환율급등을 더욱 부추기게 됩니다. 그래서 정부의 어설픈 구두개입은 투기세력들에게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시장에 먹히려면 먼저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쌓여야 합니다. 그래서 외환당국은 오랜 시간동안 충분히 외환보유고를 쌓으면서 중간중간에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시장에 먹힐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경우, 국채발행량이 급증했을 때

 

이전 글에서 외국환평행기금채권(일명 외평채, 국채)도 환율 급등락 시 외환당국이 활용하는 정책도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미리 곳간에 외화를 채워두지 않으면 환율이 급등락 했을 때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채권발행량을 크게 늘리면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이로 인해 자금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여기엔 또 다른 부작용이 있습니다. 갑자기 채권발행량을 늘리면 채권 발행비용(금리)도 급격히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늘려도 외국인들에게 높은 금리를 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대외 신용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된 시점에는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늘리고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채권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커진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평채도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평소에도 꾸준히 발행해 틈 날 때마다 발행해서 곳간을 채워 넣어야만 위기가 발생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외환당국에게 필요한 태도는 유비무환(有備無患)’

 

어떤 일이든 미리 준비하면 걱정이 없습니다.(有備無患) 외환당국 역시 미리 위기에 대응하는 준비를 해야 갑작스런 경제위기에도 환율 급등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외환보유고의 충분한 확보, 시장과의 충분한 신뢰 구축, 외국환평행기금채권의 정기적이고 충분한 발행은 위기를 대비한 금융당국의 준비사항입니다.

 

이미 닥친 위기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이전부터 꾸준히 공부를 한 학생과 벼락치기를 한 학생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갑자기 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시험 결과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겠죠. 정말 단순한 사실이지만 꾸준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늘 문제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외환당국 개입이 어떻게 시장을 망칠까?’라는 제목으로 잘못된 시점의 외환보유고 활용, 시장의 불신, 갑작스러운 국채발행 증가가 금융당국의 시장개입 효과를 떨어뜨리고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무엇보다 탄탄한 경제체력과 해외기관과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마치 인간의 삶과 참 닮았습니다.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꾸준한 실행력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만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