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케리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 <일본지진>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BOJ의 기준금리 기습인상이 엔케리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한 때 주식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었죠. 그런데 사실 엔케리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기는 요인이 단지 미국과 일본의 좁혀지는 금리차이와 미국의 둔화되는 경제 상황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일본 지진도 포함됩니다. 언뜻 잘 이해가 안 되실 텐데요. 이제부터 일본의 지진이 어떻게 엔케리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기게 되는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이 기축통화국이 된 배경
엔케리트레이드 청산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일본의 엔화가 기축통화가 되었느냐는 것인데요.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높은 경제력과 통화의 범용성을 들 수 있습니다.
높은 경제력은 해당국 통화의 강세를 의미합니다. 반면 통화의 범용화는 무역과 같은 거래에서 해당국 통화가 널리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에서 통화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을 때 비로소 기축통화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달러는 물론 엔화를 비롯한 기축통화들 역시 모두 이런 조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그럼 엔화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을까요? 1980년대 일본은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당시 세계 10위권에 있는 기업 중에서 일본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 정도로 일본은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 후반 일본에서 부동산투기 열풍이 불었고, 해외자산을 대거 매입하는 등 자산시장에서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거품은 순식간에 꺼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가 위축되었습니다. 이것이 199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일본 디플레이션의 배경입니다.
일본중앙은행은 1990년 초 부동산 버블붕괴 이후로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국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운 일본의 보험회사들은 낮은 금리의 엔화를 활용해 해외에 자산을 매입하거나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투자방식은 일본의 기업이나 가계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유용한 수단이 됐습니다.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로 자금을 빌려(Carry)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trade)하는 것을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라고 하죠. 엔케리트레이드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엔화도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었으며, 화폐가치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기축통화로써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것입니다.
일본 지진과 엔케리트레이드 청산
일본은 자연재해를 많이 겪는 나라 중 하나죠. 화산폭발도 있지만 각종 태풍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진은 여러 차례 일본경제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갔습니다. 대표적으로 1995년에 1월에 일어난 고베 대지진,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1990년 초 일본은 버블붕괴 이후로 자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낮은 금리로 대응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보험사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를 했었죠. 그런 와중에 1995년 고베 대지진이 발생한 겁니다. 일본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해외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매각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자산을 팔아 달러를 받았고, 이를 다시 엔화로 환전해서 보험금을 지급했죠. 이 말은 결국 달러를 팔고 엔화를 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엔케리트레이드가 청산되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외에 투자되었던 자산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는 반면 엔화는 강세를 보이게 됩니다.
2011년 일본에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오히려 1995년 고베 대지진보다 피해규모가 훨씬 컸죠. 바로 동일본 대지진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때도 고베 대지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일본은 2011년 이전에도 상당히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형 지진이 발생한 겁니다. 그러자 일본의 금융기관을 비롯해 수많은 보험사들이 그동안 해외에 투자했던 자산을 매각하면서 자국으로 자금을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했던 해외의 기관 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도 동참하면서 일본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금속도는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또 다시 엔케리트레이드가 청산되는 순간입니다. 그러자 엔화가 유입되었던 금융시장과 이곳에 투자했던 시장참여자들은 큰 폭의 하락을 눈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기 때마다 강세를 보이는 엔화
경제가 어려워지면 해당국가의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경제가 어려운 국가의 화폐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외화의 유입보다 유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외화부채에 취약해집니다.. 이는 어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부도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대표적으로 1997년에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IMF외환위기를 들 수 있겠네요.
이런 점에서 엔화는 그동안 기축통화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줘 왔습니다. 평소에는 일정한 통화가치를 유지하다가 위기 때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기는커녕 솟아올랐죠. 이런 이유로 엔화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고,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엔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고요. 물론 엔화가 달러만큼의 위상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세계 주요 통화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자산이라는 이름도 붙은 것이고요.
엔화가 위기 때마다 강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33년 연속 세계 최대 순채권국 지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채권국이란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가장 많은 국가라는 뜻 이죠. 이런 일본의 특성 때문에 엔화는 위기 때마다 강세를 보여 왔고, 엔화는 앞으로도 당분간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발생한 심상치 않은 일본지진
2024년 8월 8일 일본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 히나타나다에서 규모 7.1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사흘연속 지진이 이어지면서 난카이 지방의 대지진 발생 우려도 커졌습니다. 대지진에 대한 공포에 일본 열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엔케리트레이드로 해외에 투자한 해외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입니다.
만약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엔케리트레이드 자금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청산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5일 주식시장을 강타한 상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지난 5일에는 일부 국가들에서 빅테크 중심의 주가가 빠졌다면, 일본의 대지진 발생 후에는 더 크고 더 빠르게 세계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론 그런 일이 발생되지는 않길 바라지만, 일본에서의 지속적인 지진 발생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엔케리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 <일본지진>’라는 제목으로 일본지진이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지진이 지속된다면 이것이 트리거가 돼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죠.
일부 사람들은 엔화가 무슨 안전자산이냐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엔화가 달러의 위상에 가려져 있었을 뿐 경제위기와 같은 큰 위험이 발생했을 때는 어김없이 가치가 튀어 올랐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과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달러나 엔화와 같은 기축통화를 일부 포트폴리오에 담아두는 것도 현명한 투자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글을 아래에 링크 합니다.
2024.05.16 - [경제/생활경제] - 엔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된 이유
2024.07.26 - [경제/경제이슈] -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는 어떻게 국가경제를 위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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