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남녀,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한 때 사회, 경제적 문제로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N포 시대’라는 용어가 유행했었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세대를 뜻하는 이 용어는 당시 우리 사회의 참담한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이 용어는 2015년경 처음으로 등장했는데요, 시간이 지나 2024년이 되었어도 우리 사회는 조금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오히려 언론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남녀들이 늘고 있다고 하죠. 인구절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 문제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한 언론은 20세부터 49세까지의 남녀 가운데 10명 중 4명 이상은 아기를 낳을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결혼과 출산의향이 없는 남녀가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정부와 기업의 지원만 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조금은 복잡할 수도 있는 이 문제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혼·출산 문제는 더 이상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
결혼과 출산을 내부요인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현재는 외부요인이 내부요인까지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문제의 근본원인은 ‘악화된 외부환경’에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환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1980년대 부터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기까지 고성장을 이뤘습니다. 이후 2008년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3%대를 한동안 유지하더니 2020년대 들어서면서 2%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죠.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의 직접 고용은 줄었고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소비도 침체되기 시작했죠. 이처럼 실물경제는 악화되고 있는데 금융경제는 오히려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강조하며 그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갔죠. 그 결과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원인을 알아야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세부적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원인, 남녀의 이성에 대한 인식문제 (교육의 부재)
한 때 남혐, 여혐이 사회의 주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성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다 보니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공존할 수 없는 상대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서로를 깎아내리고 비하하기 바빴죠. 편을 가르고 집단싸움으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의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남녀의 갈등을 더욱 부추겼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요? 이 문제가 해결되었나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다만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있을 뿐입니다. 잠재된 갈등은 조건만 갖춰진다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원인, 급격한 산업발전에 대한 부적응 (취업난과 실업문제)
산업의 변화는 기존 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기술이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면서 기업에서는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나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에 종사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변화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고 시대 요구에 따라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야겠죠. 그런데 문제는 급격한 산업의 변화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공과목을 전혀 새로운 분야의 과목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고,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기업에 종사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도 일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산업이 변화되면서 직업관이 변화되고 있고, 여기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 부적응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실업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미루는 근본적인 원인에는 산업발전에 따른 부적응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 번째 원인, 내수경기 침체와 사회양극화 (실물경제, 금융경제)
내수경기가 침체되어 있다는 말은 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고, 사회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말은 근로소득이 금융소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받쳐줘야 연애도 생각해보고 이후를 계획할 수 있는데 가뜩이나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근로소득만으로 불안정한 삶을 이어간다면, 자연히 이들의 눈은 비트코인이나 주식과 같은 고위험 상품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연애는 사치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네 번째 원인, 독신생활을 미화하고 남녀갈등을 부추기는 미디어 (편향된 사고)
사람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미디어(대중매체)입니다. 최근 일부 미디어들을 보면 독신생활을 마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삶처럼 미화하거나 남녀의 갈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주제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해당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리얼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현실을 분명하게 자각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결혼과 출산의 전제가 되는 연애에 대한 편향된 생각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죠.
다섯 번째 원인, 우리 사회의 불완전시스템 (무한 경쟁)
적당한 경쟁은 사회를 건강하고 발전하도록 돕습니다. 개개인에게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 수 쉽습니다. 사람마다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다르고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체력과 자원이 고갈되면 경쟁체제에 참여했던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탈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경쟁에서 밀린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없습니다.
현대 사회는 지나친 경쟁을 넘어 무한 경쟁을 마치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남은 인생을 패배 의식에 젖어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것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가용자원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면 과연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무한경쟁은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이 어떻게 결혼을 꿈꾸고 출산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공정한 경쟁도 좋지만 이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구조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남녀,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현대인들이 과연 정부와 기업의 경제적 뒷받침만 있다면 결혼과 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글을 채워봤습니다.
이 글을 적으면서 더욱 확실히 드는 생각은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결혼과 출산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수박 겉핥기식의 자금지원은 당장의 어려움은 해소할 수 있을지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세금만 해도 수백조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죠. 그렇다면 정부나 기업도 생각과 행동을 다르게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과 같은 정책은 단순히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해보인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원인이 찾았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완화한다면 해결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지금과 같은 단순한 퍼주기 식 정책보다는 다각적인 관점으로 문제에 살피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국민의 혈세가 비효율적으로 낭비되어선 안 되겠죠.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0192437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828_000286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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