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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엔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된 이유

by 순수한 땡글 2024. 5. 19.

엔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된 이유

 

 

2024319일 일본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드디어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인가라는 기대와 함께 향후 일본의 기준금리인상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 것입니다.

 

일본의 통화는 기축통화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엔화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관들의 이목이 쏠렸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 GDP순위를 보면 독일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데, 왜 이들 국가의 통화는 기축 통화가 되지 못했을까요? 

 

여기에는 한 국가의 통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되기 위한 조건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 기축통화 중에서도 엔화가 어떻게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GDP 순위
이미치 출처: NAVER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되기 위한 조건

 

기축 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란 국제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기축통화로는 미국의 달러가 있죠. 지금도 달러는 무역이나 금융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폐입니다. 그 뒤를 잇고 있는 화폐는 유로, , 파운드, 프랑, 위안 등이 있죠.

 

기축통화국을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기축통화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 꼭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으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많은 국가들이 널리 사용해야 하고 여기에 안전자산의 특징이 더해져야 진정한 기축통화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외부환경에 의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거나 불안정해서는 안 되겠죠.

 

안전자산은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없는 자산을 뜻합니다. 하지만 안전자산에는 또다른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위험한 상황에서 가치가 튀어 올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안전자산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과 반대의 흐름을 보여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달러와 일본의 엔화는 기축통화와 안전자산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그렇다면 엔화는 어떻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었을까요?

 

 

 

엔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된 배경

 

엔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이유는 ‘엔 캐리 트레이드때문입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를 *조달해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를 뜻합니다.

 

1990년 일본경제는 부동산 버블 끝에 주식 시장까지 폭락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것이죠. 이후로 일본중앙은행(BOJ)은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책금리를 0%로 낮췄고,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양적완화를 도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일본 투자자들은 자국에서 고수익을 낼 수 없게 되었고, 시선을 해외로 돌렸습니다. 즉 자국 통화인 엔화를 이용해 해외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는 일본이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일본인들만 해외 투자에 나선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 거주하던 투자자들도 일본의 엔화를 이용해 다른 국가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낮은 금리와 신흥국들의 높은 금리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했던 것이죠.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심지어 일본 내에선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용어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해외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일본의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빗대 표현한 단어입니다. 그만큼 엔케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었던 것이죠. 엔 케리 트레이드는 2000년대 중반에 정점에 달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세계 각국은 서둘러 금리를 인하해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해외에 투자했던 엔화가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기타 신흥국들과의 금리차가 줄어 큰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 투자되었던 자본이 일본으로 돌아오자 엔화는 강세를 띠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후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엔화가 강세를 띠곤 했습니다..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

 

대한민국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한 때 모 정치인이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 높아지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위기에도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대한민국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선 다른 국가에서도 널리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일본처럼 엔 케리 트레이드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통화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죠. 아니면 달러처럼 석유대금을 원화로만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나마 가능하다면 원 캐리 트레이드가 현실적일 겁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늘리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죠. 하지만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려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원화는 캐리 트레이드로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원화가 일본의 엔화처럼 기축통화로 인정받기 위해선 일본의 경우처럼 엔화가 널리 사용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는 페트로 달러라고 불리죠.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석유거래는 달러로 결제됩니다. 즉 기축통화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려면 금리가 낮고, 통화가 안정적이어야 하며, 유동성이 높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고, 금융시장 환경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주식시장뿐 아니라 국채시장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크게 늘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의 원화가 기축통화를 넘보기엔 신흥국의 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은 수출비중이 높고 수입비중도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외부변수에  하나에도 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리곤 합니다. 그렇다고 원화가 국제시장에서 활용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도 아니죠.

 

따라서 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더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외부의 위협에도 통화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타국이 원화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쉬울까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엔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 된 이유라는 제목으로 기축통화와 안전자산의 조건, 일본의 엔화가 기축통화가 된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원화도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선 참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된다면,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질 수 있고, 그에 걸맞은 영향력 또한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기축통화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죠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어 설명>

*조달: 자금이나 물자 따위를 대어 줌. 혹은 끌어 옴
*채무: 재산권의 하나로 일반적으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의무
*채권국: 국제 관계에서, 다른 나라에 돈을 빌려준 나라
*양적완화: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효과를 내지 못할 때,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를 매입해 통화의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