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과 부실을 깨끗이 털어내는 '빅 베스' 알아보기
경제기사에서 자주 종종 등장하는 단어 중에는 일부 사람들에게 다소 혼란을 주는 단어가 있습니다. ‘빅 베스(Big bath)’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낚시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용어를 외래 어종인 ‘거대한 큰입 배스’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큰 사이즈의 큰입배스를 ‘빅 배스’라고 부르기도 하거든요. 이런 착각은 발음이 비슷해 생기는 오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경제기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빅 베스(Big bath)’의 개념, 시행 목적, 시행 기업, 유사 용어를 함께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손실과 부실을 깨끗이 털어내는 '빅 베스' 알아보기’ 글 구성>
· 빅 베스(Big bath) 개념 잡기
· 빅 베스를 시행하는 목적
· 빅 베스를 주로 시행하는 기업의 특징
· 빅 베스와 자주 언급되는 용어, 분식회계
· 정리하는 글
빅 베스(Big bath) 개념 잡기
빅 베스(Big bath)는 단어 그대로 우리나라 말로 풀어 보면 ‘큰 목욕’입니다. 기업경영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요. 빅 베스(Big bath)는 기업이 과거에 누적된 손실과 잠재적 부실을 회계장부에 모두 반영해 털어 버리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아침을 맞을 때 샤워를 하는 것처럼, 기업도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즉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과거의 손실이나 부실을 회계장부에 반영해 일거에 털어버리는 것이죠.
빅 베스를 시행하는 목적
기업은 보통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곧바로 회계장부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장부에 부정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주가하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통상 부실이나 손실이 발생하면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반영하거나 손실 규모를 축소해 덜 드러내도록 노력하곤 합니다. 하지만 빅 배스는 이런 통상적인 모습과 반대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기업 실적하락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손실을 반영하는 행위기 때문이죠.
빅배스는 보통 최고경영자(CEO)가 바뀌고 나서 초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취임 초기에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전임자 책임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잠재적인 부실요인을 미리 털어버리면 재임기간 동안 이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기저효과(기준 시점에 비해 실적이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현상)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 해 실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음 해에는 실적을 크게 달성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빅 베스를 주로 시행하는 기업의 특징
앞서 빅 베스(Big bath)는 주로 새로운 경영자가 취임했을 때 시행한다고 말씀드렸죠. 물론 이런 경우도 있지만 빅 베스를 자주 시행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바로 건설업과 조선업을 들 수 있는데요. 이들 기업들이 빅 베스를 자주 시행하는 이유는 최종제품을 완성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과 조선업은 최종결과물이 나오기 까지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업종입니다. 게다가 해당 기간 동안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회계장부에 실적을 기록할 때도 제작기간이나 공사기간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연유로 이들 기업들은 충당금을 쌓기 위해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에 이들 기업에 대한 언급과 함께 빅 베스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겁니다.
참고로 ‘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나 손실에 대해 이미 발생했다고 보고 당해 비용이나 손실의 전부 혹은 일부 금액을 장부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즉 충당금이라는 단어 속에는 돈(비용)이라는 의미와 회계장부에 기록하는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죠.
빅 베스와 자주 언급되는 용어, 분식회계
빅 베스(Big bath)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분식회계’인데요.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빅 베스는 회계장부에서 손실과 부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를 털어버리는 행위인 반면, 분식회계는 이와 반대로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자산, 매출, 이익 등을 부풀려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의적으로 회계장부를 부풀리면 주주와 채권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고 탈세와도 관련이 있어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죠.
참고로 역사상 최악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록된 것은 ‘엔론 사태’입니다. 한 때 엔론은 미국 7위의 잘 나가나는 대기업이었지만 나중에 엔론의 실적이 분식회계의 결과로 밝혀지면서 세계금융시장이 발칵 뒤집어졌죠. 이들은 빚에 의존해 무리하게 사업을 키우다가 부실이 발생하면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떠넘기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했던 겁니다. 결국 엔론의 CEO는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고 이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간혹 실적을 나쁘게 보이려고 이익을 실제보다 축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역분식회계라고 합니다.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세금부담이 커지고,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요구도 거세지게 되는데요. 이런 이유 때문에 역분식회계를 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손실과 부실을 깨끗이 털어내는 '빅 베스' 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빅 베스 개념과 시행목적을 알아보고 빅 베스를 자주 시행하는 기업들의 특징도 살펴봤습니다. 그러면서 빅 베스와 자주 언급되는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알아봤죠.
때론 빅베스를 시행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장부에 기록된 손실이나 부실을 보고 크게 놀라 주식을 매도했던 것이죠. 하지만 새로 취임한 경영자의 입장에서든 투자자의 입장에서든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평가하기 위해선 이런 대규모 청소가 필요할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 손실과 부실이 누적되어 있는데도 그대로 묻고 간다면 결국 엔론 사태와 같은 큰 위기로도 번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합니다. 감사합니다.
*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2024.10.03 - [경제/생활경제] -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 상반되는 두 법칙의 공존
2024.10.14 - [경제/생활경제] -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 알아보기
2024.11.03 - [경제/생활경제] - <안정성 지표> 유동 비율, 부채 비율, 유보율 함께 알아보기
2024.06.11 - [경제/생활경제] - 어음, 기업어음(CP), 회사채, ABCP 알아보기
2024.10.04 - [경제/생활경제] - 기업 회생과 파산 관련 용어 정리 (워크아웃, 법정관리, 청산가치, 존속가치)
'경제 > 생활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의 사업보고서, 핵심 포인트 살펴보기 (7) | 2024.11.18 |
---|---|
ABS(자산유동화증권)와 함께 알아보는 MBS, CBO, CLO (2) | 2024.11.17 |
분산투자의 문제점과 해결법 (2) | 2024.11.15 |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BW는 CB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3) | 2024.11.13 |
CB(전환사채, Convertible bond)는 언제, 왜 발행될까? (5) | 202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