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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이슈

ECB의 금리 인하가 한국의 통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

by 순수한 땡글 2024. 6. 11.

ECB의 금리 인하가 한국의 통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

 

 

202465일 캐나다 중앙은행이 0.25% 포인트 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202466일에는 ECB(유럽중앙은행)0.25% 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이에 시장은 크게 환호했고, 국내 투자자들도 대한민국 금리 역시 조만간 인하될 거라며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CB의 금리 인하가 과연 한국의 통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 이유는 각국의 경제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이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BC(유럽중앙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미지 출처_뉴스1_기준금리인하를 발표하는 E크리스틴 라가드 ECB 총재

 

 

첫 번째 이유,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집값 상승과 관련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부분의 가계부채가 집을 구매할 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해 강남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죠. 세금이 없어지면 이는 자연히 집값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11개월 연속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고민정 의원의 발언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조정받고 있던 부동산 가격을 다시 크게 끌어올리는 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을 빌릴 때 내는 돈 값인 금리가 내려가니 대출수요가 늘어나는 겁니다. 이처럼 금리가 인하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부채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부동산가격 상승은 국내 생활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러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경기를 더욱 침체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부를 축적한 일부 계층의 소비는 늘어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 큰 문제인 것이죠.

 

이런 이유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역시 52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물가가 2.3~2.4%로 둔화되는 모습이 확인되어야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창용 총재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다고 말한 것이지 금리를 내리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유, 역대급 수출호황의 부작용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가 상승해 금리가 오릅니다. 최근 대한민국 수출실적이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경제는 환율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높아 수출이 잘된다는 말은 동시에 수입 물가는 높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환율의 힘으로 늘어난 수출이 달갑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수출과 수입비중이 비슷한 한국경제는 지나친 쏠림이 시작되는 순간 큰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물론 무역수지 흑자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해 재가공해 판매하는 대한민국 산업구조로는 달러가 들어온 만큼 그에 비례해 많은 달러를 원료를 구입해야 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즉 환율의 영향을 받아 늘어난 실적이 꼭 우리에게 유리하게만 작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수출실적은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수입 역시 늘어납니다. 수입물가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서민들의 고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산업의 성장으로 발생한 흑자가 아니라면 환율효과로 얻는 수출실적은 우리 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합니다.

 

 

세 번째 이유, 미국 연준(FED)의 금리 인하 지연

 

미국 연준(FED)의 정책금리(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미국경제와 한국경제는 동조화 현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중앙은행, ECB(유럽중앙은행)까지 모두 미국보다 금리인하를 먼저 단행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앞으로도 유럽과 북미 국가들과 다르게 여전히 미국의 움직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미국과 동조화되는 현상을 보며 일부에서는 미국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울 펼치기도 합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한국은행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정책에 있어 미국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자칫 금리인하를 먼저 단행했다가는 수입물가와 국내물가 상승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선제적 금리인하는 현재의 환율 상승폭을 키울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원자재 수입 부담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율격차가 커질수록 국내의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은행 입장에서 선제적 금리 인하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좀처럼 둔화되지 않는 소비자 물가
이미지 출처_이데일리_소비자물가 추이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

 

결국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물가상승 우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타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한국은행 역시 금융시장의 안정과 물가 안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금리를 인하하는 순간 이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생활물가 전반이 상승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ECB나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이 금리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한국은행은 금리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제적 금리인하는 자칫 경제를 경착륙으로 몰고갈 수 있습니다. 또한 금리 인상과 인하를 지속반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는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치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 시대처럼 말이죠.

 

 

정리하는 글

 

오늘은 ‘ECB의 금리 인하가 한국의 통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유럽과 일부 국가들의 금리인하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세계 여러 국가들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금리인하가 왜 쉽지 않은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에 금리인하는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넓은 시각으로 보면 금리 인하 서두르는것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겠지요. 한국은행도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고심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야겠죠.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