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신사업은 왜 '캐즘(chasm)의 덫'에 빠질까?
최근 미래 신사업으로 손꼽히는 전기차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차 제조업체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많은 투자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요. 지금도 특별한 대안을 찾지 못해 전기차 관련 사업들이 비용절감 방식으로 몸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때 미래의 먹거리라고 불리던 전기차 시장이 왜 이렇게 침체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캐즘의 덫’에 빠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캐즘의 덫’이 무엇인지, 또 왜 미래 신사업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캐즘(chasm)의 덫’이란?
먼저 캐즘(chasm)이라는 용어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캐즘(chasm)이란 본래 지질학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지층에 균열이 발생하면 지층 사이사이에는 공간이 생기는데요. 이렇게 생긴 공간을 캐즘(chasm)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구멍이죠.
캐즘(chasm)이 경제학 용어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무어(Geoffrey A. Moore)가 미국 벤처업계 성장과정을 설명할 때 이 단어를 차용하면서부터입니다. 무어는 여기에서 기술이나 제품이 아무리 혁신적이라고 할지라도 실용성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이론이 바로 캐즘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고 합니다. 즉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첨단제품이라도 상용화되려면 반드시 침체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침체에서 회복되지 못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사장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라 불리는 전기차가 캐즘(chasm)의 덫에 빠졌다는 것은 그동안 전기차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겠죠. 동시에 전기차의 미래는 앞으로 전기차 업계와 정부가 어떤 행보를 보이냐에 따라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렇다면 전기차 산업은 정말 지금 ‘캐즘(chasm)의 덫’에 빠져있는 것일까요?
전기차 시장 현황
위의 이미지는 매일경제 기사에서 뽑아온 국내 친환경차 판매현황입니다. 한눈에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전기차에 대한 수요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시장 수요가 2021년 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향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하이브리드차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처음에는 큰 관심을 받았다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신기술이 ‘캐즘의 덮’에 빠진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으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더 구매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발견됩니다.
전기차 시장이 침체된 이유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의 덫’에 빠진 대표적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플레이션과 함께 찾아온 고금리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였습니다. 코로나19가 환경이 파괴되면서 발생된 전염병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너도나도 친환경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죠.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과정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지역에서 갈등이 심화되었고, 이는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 물가를 쉽게 잡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죠. 결국 코로나19로 시작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여러 사건으로 인해 묻히게 되었고, 여기에 고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이 이어지며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입니다.
둘째, 미래 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시장의 실망
미래 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현재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면 2000년 당시에도 IT산업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죠.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기업 실적과 예상보다 더딘 기술 발전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 당시를 닷컴버블이라고 하죠. 당시 닷컴버블은 개인 PC와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기에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IT기술 기술이 곧바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었죠. 하지만 믿음이 컸던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실생활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캐즘(chasm)이 발생되었던 겁니다. 즉 미래에 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얼리 어답터(신기술이 나오면 먼저 관심을 갖고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는 다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겁니다. 하지만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실적에 시장의 실망이 이어지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 것이죠.
셋째, 소비자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술력과 정부 대응력
전기차 판매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기업의 불충분한 기술력과 정부의 늦은 대응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차량이 노후화되어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얼마나 빨리 충전이 되는가?’와 ‘얼마나 편리하게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가?’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 배터리 충전시간은 대중들의 예상보다 길고, 충전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기에 배터리 화재에 대한 우려도 추가되네요.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를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차량을 장기보유 목적으로 구매하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안정성, 편리성, 합리적 가격 등을 고려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에 보이는 문제점(충전시간, 충전시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전기차 시장이 침체에 빠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죠.
정리하는 글
오늘은 ‘미래 신사업은 왜 '캐즘의 덫'에 빠질까?’라는 제목으로 캐즘이 무엇인지, 또 미래 신사업이 캐즘의 덫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떤 사업이든 이를 일상에 적용하고 상용화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는 이런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침체기간을 기업의 기술혁신과 정부의 공조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시장을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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