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금리 경고와 주식 매각을 단행한 다이먼의 언행이 암시하는 것은?
2024년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는 소식과 함께 월가의 황제라고 부르는 제이미 다이먼이 8% 금리를 언급함과 동시에 주식을 매각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가의 거물들이라 불리는 이들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마크 저커버그(메타, 페이스북) 월튼가족(월마트), 제이미 다이먼(JP모건 체이스) 등이 자기 주식을 매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JP모건 체이스 회장 제이미 다이먼이 주주서한에서 8% 금리인상 가능성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6% 이상의 장기 금리가 지속될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5.5%)
그렇다면 왜 제이미 다이먼을 포함해 많은 월가의 거물들이 시장의 흐름과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요? 가만히 있으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들의 언행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티키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화폐가치하락)은 1970년대 이후로 처음으로 맞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약 40년 만의 재등장이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발행된 엄청난 화폐량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화폐의 발행량이 많아질수록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위험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가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1971년 닉슨쇼크 이후로 달러는 금과 완전히 이별하게 되었고, 달러의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석유파동까지 발생해 물가는 살인적인 수준까지 올랐죠. 이 시대 사람들은 거의 10년이란 시간 동안 고물가 상황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결국 이 상황을 잠재운 건 연준의장으로 취임한 폴 볼커였습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20% 가까이 끌어올리며 미국 경제를 파탄 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미국경제는 10여 년 동안 호황을 누리게 되었죠. 그는 수많은 지탄을 받으면서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제압한 겁니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폴 볼커가 제압했던 단순한 물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물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자산 인플레이션도 함께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플레이션이 더욱 진화해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박혔다는 뜻입니다. 끈적이는 물가라는 뜻의 스티키 인플레이션은 그만큼 제거하기가 더욱 쉽지 않은 것이죠.
샤워실의 바보
지난 3월 *FOMC 회의에서 제롬파월이 연내 기준금리를 예정대로 인하할 것이라며 QT(양적긴축) 속도 조절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곧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자산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일부 섹터에서는 과열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월의장이 시장에 허점을 드러내지 않길 바랐습니다. 조금이라도 허점을 드러내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천문학적인 돈을 뿌린 연준(FED)이었기에 내심 금리인하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길 바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파월의장은 주변의 눈치를 너무 살폈던 탓인지, 이런 저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결국 연준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CORE CPI(근원물가지수, 식품, 에너지등 변동성이 큰 제품을 뺀 물가)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파월의장은 자신의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샤워실의 바보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밀턴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중앙은행의 어설픈 시장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망친다는 뜻입니다. 연준의 잘못된 시그널이 주춤했던 물가가 다시 살아나게 만든 원인이 된 것입니다.
스티키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 + 샤워실의 바보 = 금리 ‘동결’ 혹은 ‘인상’
끈적이는 물가와 연준(FED)의 잘못된 시그널은 금리동결이나 금리인상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데, 금리까지 인하하면 물가는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르게 될 것이고, 자산시장은 더 부풀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제이미 다이먼을 비롯한 월가의 거물들은 매일 같이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들의 언행에 따라 모든 투자자들이 똑같은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지만, 그 누구보다 금융시장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사람들이 금융시장의 위기를 경고를 하고 있다면 이를 귀담아들을 필요는 있습니다.
8% 금리를 경고하고 자기 지분을 매각한 제이미 다이먼, 그의 언행이 암시하는 것은 앞으로 길고 세상과 물가와의 싸움이 지속될 거라는 것입니다.
물가와 경기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고물가는 경기침체를 반영하고, 이는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근래에 큰 폭으로 상승했던 기술주 중심의 섹터들에 대해 경계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의 주주서한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그 내용을 적어봤습니다. 물론 지금의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꼭 위의 두 가지만으로 발생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이먼이 말한 것처럼 경제 구조의 전환, 세계 공급망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민간 의료 비용의 상승 등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어떤 요인보다 위에 언급한 두 요인이 현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경제현상의 이면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요인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흐름을 읽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월가의 큰 손들의 언행을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시그널을 포착해서 행동으로 옮기느냐에 따라 우리의 자산 가치는 달라지기에 앞으로도 시장의 움직임을 주목해야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어설명>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기준금리를 정하는 곳.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
*기대 인플레이션: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
*샤워실의 바보: 경기과열 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과도하거나 변덕스러울 경우 발생하는 역효과
'경제 > 경제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앙은행의 중립금리 목표가 2%인 이유 (2) | 2024.04.28 |
---|---|
국내 건설사 4월 위기설이 현실이 되면? (2) | 2024.04.18 |
제임스 리카즈가 말하는 금의 미래 (0) | 2024.04.14 |
국내 상위 0.1% 이자소득자와 무너지는 자영업자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 (0) | 2024.04.10 |
2024년 4월,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본 금리와 주가의 관계 (2) | 2024.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