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겨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취약점은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금융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의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아직까지는 금융시장에서 AI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말들이 나돌았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정부가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AI를 활용한 퇴직연금운용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개발한 AI 알고리즘 206종이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 기술로 퇴직연금을 운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란?
로보어드바이저(RA)는 로봇(Robot)과 상담사(Advisor)라는 단어를 합해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직역하면 로봇 상담사인 것이죠.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이 기술은 금융투자에 활용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금융시장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숫자와 논리로만 투자결정을 내리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수학적 모델을 활용한 퀸트 투자가 있었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시스템 트레이딩도 있었죠.
로보어드바이저(RA)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에 의해 몇몇 문제들이 발견되면서 한동안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금융기관에서 R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RA를 주요 기술로 활용하는 자산운용사도 있습니다.
그랬던 RA가 정부의 눈에 들어왔고, 이제는 정부가 퇴직연금을 운용해도 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증권사를 비롯한 개발업체들이 정부로부터 RA알고리즘을 평가받았고, 이 중 200종이 심사를 통과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RA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취약점들이 있습니다.
▷ 로보어드바이저(RA)의 첫 번째 취약점. <데이터의 양>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은 데이터가 핵심이죠.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RA는 무용지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RA는 새로운 산업분야를 가치평가하고 조언을 내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RA는 투자분야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할 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데이터 근거한 투자기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RA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해당산업분야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객관성이 결여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로보어드바이저(RA)의 두 번째 취약점. <감정이 배제된 투자>
앞서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RA는 숫자와 논리로 구성된 인공지능이 투자자에게 조언을 하는 기술입니다. 언뜻 보면 인간의 감정을 배제하기 때문에 완벽한 기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로 인해 비정상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대심리가 투자로 나타나는 경우는 특정 이벤트가 발생해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커졌을 때입니다. 이 경우 짧은 시간 내에 특정자산에 쏠림현상 나타나곤 합니다. 이때 투자자들은 RA를 이용해 적정 가격으로 자산을 매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투자에서는 역으로 이런 흐름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매기준을 가격이 아닌 자기 판단에 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가격이 조금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거나 가격이 많이 내리기 전에 팔아 수익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RA를 활용한 투자는 안정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수익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로보어드바이저(RA)의 세 번째 취약점. <인간의 한계>
RA는 개발자가 설계된 대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개발자도 사람입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발자가 만든 알고리즘 역시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세상의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알고리즘 역시 모든 변수를 커버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개발자가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발생해 투자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도 있고, 때론 이미 예상했던 변수지만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기술적 한계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분명 인간의 한계입니다.
▷ RA의 네 번째 취약점. <보안>
어떤 기기든 인터넷으로 다른 기기와 연결되어 있다면, 보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융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은행도 해킹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의 보안은 어떨까요?
물론 이들 기관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든 보안의 취약점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RA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침입이라도 한다면, 아찔한 상황 연출될 수 있겠죠.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의 적정 활용분야
지금까지 언급했던 사항들을 고려해보면,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제한됩니다. 그나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한 중장기 투자자산운용에 적합해 보입니다.. 투자자산 역시 변동성이 높지 않아야겠죠. 정부 역시 이런 사항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보안의 문제라던가, 자동화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더해 투자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겠죠. 이런 점에서 향후 로보어드바이저의 기술이 더욱 발전해 운용 범위가 확장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인공지능기술에 모든 것을 맡기기엔 불안한 요소들이 많아 보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퇴직연금을 겨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취약점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로보어드바이저(RA)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살펴보고, 현재 발견되는 한계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기술은 결국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늘 허점과 함께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겠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계. 아마도 RA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그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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