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먹고사는 ‘NPL(Non Performing Loan)’
최근 경제기사에서 NPL(Non Performing Loan) 시장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NPL기업의 실적도 고공행진 한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NPL시장이 무엇이기에 이런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불황(경기침체)을 먹고사는 NPL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NPL(Non Performing Loan)이란?
NPL (Non Performing Loan) 은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밀린 채권을 말합니다. 채권은 일종의 ‘빚 문서’죠. 그래서 NPL은 3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한 문서(부실채권)를 일컫습니다. NPL은 ‘고정이하여신’, ‘금융권 부실채권’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는데요. 이 용어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서 잠깐 설명드리겠습니다..
은행은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채무자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5단계 중에서 고정이하, 즉 ‘고정’을 포함해서 ‘회수의문’과 ‘추정손실’ 단계에 있는 채권을 주요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NPL을 ‘금융권 부실채권’을 ‘고정이하여신’이라고도 부릅니다.
은행은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에 대해서 채무자로부터 원리금을 더 이상 돌려받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이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거나 시장에 헐값에 팔아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 채권이 모두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채권은 좋은 담보를 끼고 있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환가능성이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때론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를 독촉하면 곧바로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죠.
자칫 위험해 보이지만 일정한 리스크를 감수 선호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이 연체된 대출채권을 90% 할인된 가격인 10억 원에 샀다면, 이 중 30%만 받아도 30억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실채권을 사들여 20억 원의 순수익을 낼 수 있는 것 이죠.
이처럼 채무자의 상환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바로 NPL기업들입니다. 이들 기업이 활동하는 NPL시장은 불황(경기침체)을 먹고 성장합니다. 불황이 있어야 부실채권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현재 국내 NPL시장은 1997년 IMF 사태를 계기로 형성되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NPL시장 규모와 상황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뒤로 높아진 금리 때문에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언론을 통해 접하셨겠지만, 자영업자들의 줄 이은 파산소식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죠.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가 위축되니 자금이 제대로 돌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에는 4월 위기설이 돌며 국내 중소형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수 있다는 소식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기도 했죠.
2024년 7월 15일에 발표된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 NPL 규모는 13조 4103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8.4% 증가했고, 이는 2021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동시에 금융권 부실채권 시장의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 43조 7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캠코, 유암코(은행연합 자산관리)와 같은 NPL기업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도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NPL시장이 확장하는 상황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실채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점차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현재 금융경제와 실물경제는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는 일부 산업군은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역사적 고점을 찍으며 오르내리고 있는 반면, 현실에서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자금을 수급받지 못해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금융의 역사는 금융경제와 실물경제가 괴리가 발생했을 때 늘 경기가 침체되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NPL시장 역시 우리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줍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경기침체는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NPL에 대한 사회적 시선
NPL시장은 엄밀히 말해 ‘큰 손들’만의 리그입니다. 과거 론스타, 골드만삭스, 모건스텐리 같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 NPL을 대량 매수해 큰 수익을 거둔 적이 있었죠.
이들의 명분은 부실기업을 원래대로 복구시켜 사회에 다시 환원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들이 얻게 될 수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얻은 수익은 국내에 재투자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NPL 시장은 우리나라가 위기를 거듭할 때마다 크게 성장해 왔습니다.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는 NPL시장이 확장되었던 대표적인 시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도 NPL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나마 국내 기업들은 여기서 얻은 수익을 국내에 재투자한다는 점에서 나름 애국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이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는 채무자들을 괴롭히고 절망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채무자의 의무입니다. 또한 돈을 빌려줬으면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채권자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NPL기업들이 안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겉으로는 마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결코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이들 기업에게 바라는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불황을 먹고사는 ‘NPL(Non Performing Loan)’라는 제목으로 NPL이 무엇인지, 그리고 NPL시장이 확장되면 이것이 어떻게 경기침체를 반영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이에 덧붙여 NPL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함께 다루었죠.
NPL 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에서도 괴리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장단기 채권금리가 역전된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이는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최근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높아지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인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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