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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탈세계화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을까?

by 순수한 땡글 2024. 5. 22.

탈세계화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을까?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도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물가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죠.

 

얼마 전 미국 4*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세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 다양한 위기를 겪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이 원인이 되어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을 견인했죠.

 

하지만 물가가 상승했던 원인 중에는 미국 주도의 질서가 변화되었던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탈세계화가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는지, 이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세계화에서 탈세계화로의 이동

 

세계화란 전 세계 경제주체들의 상호협력과 통합과정을 말합니다. 그동안 세계화는 최강국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죠. 덕분에 세계경제는 오랫동안 저물가 상황에서 국력을 키워올 수 있었습니다. 세계화 덕분에 해외투자의 정치적,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세계화가 한창 진행 중이었을 당시 미국은 주요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대거 이전했고, 많은 선진국가들 역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공조가 저물가 저금리의 원동력이 되면서 한동안 세계경제에 *골디락스를 안겨줬던 것이죠.

 

하지만 미국에서 트럼프가 정권을 잡은 뒤 세계화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세계경제 2위를 차지하면서 이를 의식한 트럼프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이든이 정권을 잡은 뒤 다시 세계를 하나로 모으려는 노력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의 씨앗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탈세계화는 미국중심의 세계질서가 재편됨을 의미합니다. 즉 미국 중심의 질서를 거부하는 움직임인 것이죠.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중국과 대립하면서 나타나기 시작되었고, 코로나19 이후로 보다 심화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중심의 탈세계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정체는 바로 선진국의 중산층들이었습니다.

 

세계화가 본격화된 시기에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사람들은 주로 미국의 최상층과 중국의 중산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선진국 중산층은 오히려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세계 소득상위 20%(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산층)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 20년 동안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화는 이제는 탈세계화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탈세계화는 어떻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불러오게 되었을까요?

 

 

탈세계화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온 이유

 

첫 번째 이유, 자본의 이동을 막는 장벽

 

그동안 세계는 연준(FED)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면 글로벌 기업들이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해외에서 쉽게 돈을 조달해 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개인투자자나 기업 투자자들 역시 경제적 효율성만 고려했기 때문에 해외에 투자하기도 쉬웠습니다.

 

하지만 탈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은 각국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상황을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투자의 위축을 낳고, 해외의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방해했습니다.

 

투자 위축, 자본 이동의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공급망 문제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전 세계 물가가 치솟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

 

세계화가 가속화되던 시기에는 투자자들은 오직 경제적 효율성만 따지며 자본을 이동시켰지만, 이전 국제 정치적 요소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죠.

 

 

두 번째 이유, 자국 중심주의 정책

 

트럼프의 자국 중심주의 정치는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시절 보복관세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근래에는 이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을 향한 화살이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과 대만 같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IRA(Inflation Reduction Act:인플레이션감축법)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정책입니다. IRA는 미국 내 생산제품 우선 조달을 의무화하는 정책입니다. 반도체, 의약품, 전기차 등의 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책이 우리 기업의 제조 비용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미국의 조치로 우방국들 사이에서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런 움직임 또한 국제 물가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 공급망 마비

 

얼마 전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떠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사건의 배경에는 세계화의 중심이었던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발을 빼면서 발생된 일이기도 합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적기 생산 시스템이 흔들리게 되었고, 운송비용이 상승했습니다. 적기 생산시스템이란 일본의 자동차 생산업체 도요타가 도입한 방식인데,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지정학적 위기로 적기 생산시스템이 흔들려 운송비용이 상승하면, 이렇게 상승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생산비용의 절감을 노력하기보다는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생산기지를 우방국으로 옮기는 *프렌드 쇼어링이 늘었고, 자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리쇼어링을 택하는 기업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기업의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비용이 늘면 기업은 이 돈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합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탈세계화가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지그 내용을 담아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탈세계화 현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세계는 공조보다는 분열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세계가 분열될수록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고, 앞으로 경제주체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어설명>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지표
*골디락스: 경제 성장률은 높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적은 상태. 이상적인 경제상태.
*프렌드 쇼어링: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해 안정적으로 공급망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
*리쇼어링: 리쇼어링 Reshoring, 온쇼어링 onshoring, 인쇼어링 inshoring, 백쇼어링 backshoring)이라고 불리며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의미함.

 

 

참고문헌: 『자이언트 임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