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 ABS와 MBS
경제 뉴스를 자주 접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ABS와 MBS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ABS와 MBS는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인데요. 이 채권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일으킨 *파생금융상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채권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미국 금융회사에서 이 상품을 과도하게 발행해 많은 사람들이 큰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죠. 이런 이유로 많은 분들께 ABS와 MBS는 익숙하지만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품이기도 합니다.
국내에도 채권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 만큼 이번 글에서는 ABS와 MBS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만들어져 운영되는 상품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채권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합니다.
채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2024.03.12 - [경제/생활경제] - 채권 이해하기 (개념, 종류, 특징)
ABS (자산 유동화 증권, Assets backed securities)
ABS는 자(재)산유동화증권이라고 불리는 회사채입니다. 이 회사채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입니다. ABS의 특징은 채무자(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이 아닌 담보물을 바탕으로 발행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ABS의 담보가 되는 자산은 매우 다양합니다. 예·적금, 운임 비, 주택, 매출 등 다양한 자산이 담보로 설정될 수 있습니다. ABS는 이렇게 형성된 담보를 기반으로 발행됩니다.
담보채권은 채무자의 신용보다 높은 등급의 신용이 부여됩니다.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이자가 더 저렴한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아무래도 담보를 설정하면 돈을 떼일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인 것이죠. 이때 생성된 담보는 채권자(대출자)의 입장에서 일종의 보험이 됩니다.
ABS의 발행구조와 운영시스템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산(증권이나 부동산 등)을 보유한 사람이 자기 자산을 담보로 *SPC라고 불리는 유동화전문회사에 대출을 의뢰하면, 이 기업은 대출자의 자산을 평가해 돈을 지급합니다. 대출자의 자산은 신용평가사 등을 거쳐 신용등급이 부여되고, SPC는 이를 바탕으로 ABS(채권)를 발행합니다. 그런 뒤 SPC는 ABS를 시중(증권회사)에 판매하는 것이죠. 투자자는 ABS에 투자하고 투자자가 지불한 돈은 증권사를 거쳐 SPC로 들어옵니다.
*참고로 시중은행이 자산소유자와 SPC 사이의 중재자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자산 소유자 – (은행) - SPC - 증권사 – 투자자
(채무자) (ABS 발행) (채권자)
ABS의 발행 목적은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자산을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해 현금유동성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즉 자산을 현금화해 현금 흐름을 높이는 것이죠.
자산 소유자(채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산을 현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투자자(채권자) 입장에서는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간마진을 남기고, 자금 흐름이 이어지도록 은행, SPC, 증권사 등이 개입하는 것이죠.
MBS (주택저당증권, Mortgage backed securities)
Mortgage(모기지)란 금융기관이 개인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즉 ABS의 일종이자 주택담보대출인 것이죠.
위에서 ABS는 대출자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ABS를 다른 형태로도 상품화할 수 있습니다. 즉 *모기지 회사 혹은 SPC가 은행들이 갖고 있던 주택담보대출 채권(ABS)을 모두 사들인 다음 이를 묶어 상품화한 것인데요. 이처럼 Mortgage(모기지) 대출채권(ABS)을 묶어 상품화한 것을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라고 합니다.
운영시스템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주택 소유자 – 은행 – SPC(or 모기지 회사) - 증권사 – 투자자
(채무자) (ABS를 묶어 MBS를 발행) (채권자)
MBS는 은행, SPC(or 모기지 회사),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일으키기 위해 발행됩니다. 은행은 SPC(or 모기지 회사)에 ABS를 매각하고, 은행은 이렇게 들어온 돈으로 또 다른 대출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ABS와 MBS의 차이는 ABS가 단일상품이라면, MBS 세트(묶음)상품라는 점에 있습니다. SPC(or 모기지 회사)는 은행에서 사들인 ABS를 묶어 MBS로 만들고, 이를 시중에 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MBS는 현금 유동성을 높여 새로운 대출을 계속 발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아주 획기적인 방법이었던 것이죠.
사실 MBS라는 상품 자체만 보면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담보가 설정된 ABS 중 하나가 문제가 되더라도 MBS는 ABS를 여럿 묶어 만든 상품이기 때문에 한두 건의 담보가 문제가 된들 MBS 전체가 문제가 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당시 금융기관과 모기지 회사들이 망각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부동산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함께 오르고 함께 내려갑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MBS가 문제가 되는 일은 없지만, 하락할 때는 MBS에 문제가 생겼던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MBS 문제로 하나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합성채권인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과 신용부도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략하게만 설명하면, CDO는 MBS를 또 다른 상품으로 탈바꿈화한 상품이고, CDS는 일종의 보험료 성격의 상품입니다. 여기서 CDO만 조금만 더 설명드리면 MBS를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 만든 파생금융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2008년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시작된 이 위기는 채권자, 채무자를 비롯해 금융기관, 모기지 회사, 보험사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심지어 미국 금융당국은 이 피해가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금융위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3차례나 진행했던 것이죠.
<정리하는 글>
오늘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 ABS와 MBS를 알아봤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ABS와 MBS는 상품 그 자체로만 보면 큰 위험이 없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잠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 이 상품과 관련된 대다수의 사람과 기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미국처럼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아닌 신흥국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면, 국가부도 위기로 번졌을 것입니다.
파생금융상품은 워낙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 보니 리스크를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는 꺼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이 있듯이 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상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국내에서 ABS나 MBS 관련 상품들이 수없이 출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분 중에 이런 파생금융상품에 투자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투자하려는 상품과 시장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시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용어설명>
*파생금융상품: 예금, 외환, 주식, 채권 따위의 금융 자산을 기초로 금융 상품의 가격 변동을 예상해 만든 상품. 선물, 옵션, 스와프 등이 대표적이다.
*SPC(자산유동화회사, Special Purpose Company): 자산보유자에게서 자산을 매입해 이를 토대로 ABS를 발행하는 당사자. 일시적으로 설립하여 채권이나 토지 등 자산을 모아 증권을 발행하고 판매하는 자산 유동화 전문 회사이다. 자산유동화를 위해 설립되어서 특수목적회사라고 부르며 ABS의 상환이 완료되면 해산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기지 회사: 담보를 바탕으로 대출을 일으키는 회사
'경제 > 생활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정하는 금리, 적용받는 금리 (4) | 2024.04.30 |
---|---|
'금리'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변수와 금리변동에 따른 파급효과 (2) | 2024.04.29 |
인플레이션(inflation)을 막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6) | 2024.04.26 |
한국거래소(KRX) 금 투자 방법과 장·단점 (2) | 2024.04.25 |
인플레이션 시기에 성장주 투자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2) | 2024.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