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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 <종합>

by 순수한 땡글 2024. 5. 26.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 <종합>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2024년 내에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실제로도 인플레이션이 조금 둔화된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살아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제가 이전 글들에서도 이 내용을 조금씩 다루긴 했지만, 종합해서 말씀드린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를 하나하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 어설픈 연준(FED)의 행보

 

미 연준(FED)202375.5%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자 물가 상승이 둔화되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202312월에 물가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죠.

 

연준(FED)의 파월 의장도 둔화된 물가지표를 보고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024년에 3차례의 금리인하를 진행할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 뒤 금융시장은 활황을 보이기 시작했고, 물가는 스티키(STICKY, 끈적끈적한) 한 상태가 되었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물가는 잡히고 않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은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납니다. 연준 의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물가가 둔화되는 기미가 보이자 너무 섣부르게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고, 물가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다시 치솟게 된 것이죠

 

 

두 번째 이유,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인플레이션은 조금의 틈만 주면 바로 되살아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대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란 경제주체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믿음입니다.

 

한번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한 사람들은 당장 필요한 물건뿐 아니라 덜 필요한 물건까지 미리 사두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수록 공급은 부족해지기 때문에 물가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즉 사람들의 물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물가를 떨어뜨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세 번째 이유,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발생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러시아와 유럽의 긴장 구도, 이란 이스라엘의 긴장 구도,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등은 전 세계에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중동지역에서의 긴장은 원유 가격을 상승시키는 동인이 되었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의 긴장은 중간재의 가격 상승을 불러왔습니다. 유럽과 러시아의 긴장구도 또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 원인이 되었죠.

 

이처럼 세계가 화합에서 분열로 이어질 때는 교역의 단절과 함께 물류 대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급 망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죠. 이는 운송비 상승으로, 더 나아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네 번째 이유, 기후 변화에 따른 리스크

 

며칠 전 기후 변화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지난해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이 6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해외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죠. 우리나라의 사과 값도 작년부터 치솟아 올해에도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식료품은 다른 상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 변동성이 높은 상품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로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치솟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가뭄과 폭우 등의 기후 변화로 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고 하죠.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면, 다른 상품의 물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생활 물가 전반이 모두 오르는 것이죠,

 

 

다섯 번째 이유, 인건비 상승

 

물가가 상승하면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물가가 8%인데, 임금상승은 3% 수준이라면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5%의 임금삭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근로자들은 이를 보전받기 위해 물가상승률만큼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물론 임금 인상요구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일어나지는 않지만, 고물가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인상되면 이것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동인이 됩니다. 임금이 인상되면 가계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기게 됩니다. 여기에 여윳돈이 생기면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뿐 아니라 투자 자산 가격도 함께 상승하게 됩니다.

 

 

여섯 번째 이유, 미국의 대선

 

2024년은 미국의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는 정부당국이 경기부양책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경제가 탄탄하다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미국의 정부와 연준(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과감한 긴축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동안 미국 통화당국은 독특한 정책을 사용했습니다.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했던 것이죠. 한쪽에서는 돈을 흡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공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정책을 시행했던 이유는 유동성이 풍부한 곳에서 돈을 흡수해 유동성이 적은 곳에 돈을 풀어주는 효과를 노렸던 것입니다. 적어도 그들이 내세운 논리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재무부까지 재정정책으로 돈 풀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즉 재무부와 연준(FED)이 이중으로 돈을 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유동성 공급은 물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됩니다.

 

 

일곱 번째 이유, 미국으로 향하는 자금

 

리쇼어링(Reshoring), 프랜드 쇼어링(friend-shoring) 현상과 반도체 법, 인프라 법,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Inflation Reduction Act) 같은 정책 그리고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된 빅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는 미국으로 전 세계 자금을 쏠리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으로 쏠린 자금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고, 금융시장을 활발하게 만들었으며, 자산 가격을 튀어 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면 물가가 치솟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그 영향을 전 세계인들이 받는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달러가 강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수입물가 상승은 각국의 물가 전반을 상승시킵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 <종합>’이라는 제목으로 앞으로도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는 저의 생각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단순히 한 나라의 개별적인 내부 문제가 아닌 각국의 이해관계와 여러 외부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로 파악됩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꿔야겠죠. 저의 막연한 바람이긴 하지만 이런 일들이 하나하나 해결돼서 다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