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BIS 자기자본비율 알아보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배경에는 9월로 미뤄진 스트레스 DSR과 미 연준(Fed)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가계대출 증가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2024년 8월 2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3 연속 3.5%로 동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다시 은행으로 향하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오랜 고금리 정책과 함께 부동산 PF와 주택담보대출로 은행부실에 대한 의심이 누적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동안 4대 시중은행들은 예대마진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국민들이 점점 가난해지고 있고 은행대출은 늘어만 가니 이것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깊이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BIS비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BIS자기자본비율은 무엇인지, 또 어떤 배경에서 도입된 것인지, 이와 함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IS 자기자본비율(바젤Ⅰ, 바젤Ⅱ, 바젤Ⅲ)이란?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 산하의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자본규제비율)을 뜻합니다. (*참고로 국내에선 ‘BIS비율’로 줄여 말하기도 합니다.) 즉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죠. BIS에 따르면 은행이 유지해야 할 자기 자본은 최저 8% 수준입니다. 자기자본비율(자본규제비율)은 1988년 ‘바젤Ⅰ’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완해 2010년에는 ‘바젤Ⅲ’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BIS 자기자본비율(바젤Ⅰ)은 신용 및 시장 리스크를 반영합니다. 기본 산출방법은 은행의 자기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누고 여기에 100을 곱해 구합니다. 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 자기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고, 위험가중자산은 총자산에서 자산별 위험도에 따라 각각의 위험 가중치를 곱해 모두 합산한 것입니다. 즉 현금 같은 안전자산에는 위험가중치를 0%, 대출금이나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는 100%의 위험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것이죠. 결국 위험자산을 많이 보유한 은행일수록 BIS비율은 떨어집니다.
2004년 발표된 바젤Ⅱ에서는 바젤Ⅰ에 포함되어 있던 신용 및 시장 리스크 외에 ‘금융기관의 운영 리스크’를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비율(바젤Ⅱ)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10년 바젤Ⅲ를 발표하면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보통주자본을 4.5%, 자기 자본을 6%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쉽게 말해 대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은행의 유동성 부족을 추가로 보완했던 것이죠. 현재 전 세계은행들은 바젤Ⅲ의 규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BIS자기자본 비율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BIS비율은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을까요?
BIS 자기자본비율 탄생배경
국제결제은행(BIS)은 제1차 세계의 주목으로 지목된 독일의 전쟁 배상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30년 1월 세워진 국제기구입니다. 현존하는 국제금융기구 중 가장 오래된 기구죠. 하지만 시대적 요구에 따라 중앙은행 간 협력을 증진하고 국제금융거래의 원활화를 위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업무를 도맡게 되었습니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74년입니다. 당시에는 은행부실문제가 본격화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미국의 금태환제도 중단이 있었습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 때부터 1971년 이전까지 세계는 금과 달러를 35$로 고정하는 고정환율제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를 대량 발행했습니다. 그러자 추락하는 달러의 가치에 의심을 품은 선진국들이 미국으로 몰려와 가지고 있던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미국 닉슨대통령은 일부 세력들에 의해 달러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금 태환 제도를 중단해 버렸죠. 그 결과 달러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급격한 환율변동이 나타나면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던 대형은행들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은행들을 감독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어떤 국제 협력의 틀을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었습니다. 이 문제들 다루기 위해 G10 국가들(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영국, 미국, 독일, 스웨덴 + 스위스)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였고, 이 자리에서 BIS 산하에 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의하면서 바젤위원회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제도라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BIS 자기자본 비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BIS자기자본비율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BIS 자기자본비율의 근본적인 문제점
BIS 자기자본비율의 목적은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에 있습니다. 이 말은 은행들이 안전하게 자금을 운용하라는 뜻이죠. 하지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가 오히려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은행들의 무사안일주의 유도
은행은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금융하고 있죠. 하지만 은행들이 BIS자기자본비율로 묶여 있으면 이들 기업은 안전한 운용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가령 미국 국채매입에 치중한다거나 고금리를 이용해 예대마진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이는 은행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서민들의 경제를 지원하기보다는 안전한 수익달성을 지향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이런 행태는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건전한 기업을 지원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결국 국가 경제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 둘째, 그림자금융 발전과 가계부채 증가유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기업들은 자연히 그림자 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BIS자기자본비율로 묶인 은행들이 우리 기업들을 그림자금융으로 몰아놓는 것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은행의 안전성 추구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은행은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을 선호합니다. 특히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은행이라면 개인에게도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안전한 대출만 권하게 되겠죠. 그런데 이것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겁니다.
결국 은행이 스스로를 BIS자기자본비율로 묶어놓고, 금융당국에서도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흘러가야 할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사회적 문제를 키웁니다. 특히 은행이 유망 벤처기업을 지원하기보다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대출을 중요하게 여기면 결국 부동산 자산 가격만 키우게 되고 이는 다시 자산 양극화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정리하는 글
오늘은 ‘은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BIS 자기자본비율 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BIS비율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것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에 더해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도입한 BIS비율이 오히려 우리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짚어봤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양과 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경제는 생명체와 같아서 어느 한쪽을 강조하면 다른 한쪽은 위축됩니다. 그렇기에 정책을 집행하고 만드는데도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것이죠. 현재 은행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정부가 이들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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