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는 어떻게 투자자들의 인생을 망칠까?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 수많은 청년들이 ‘빚투(빚내서 투자한다는 뜻의 신조어)’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었죠. 이에 한국은행 총재가 빚내서 집을 사지 말라며 청년들에게 직접 경고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고금리로 인한 개인의 파산이나 회생의 급증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0년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8만 건에 달했는데, 2023년 기준 12만 건을 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30대 청년들의 ‘빚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가계대출 규모는 약 1800조 원 수준인데, 이 부채를 2·30대 청년들이 이끌어가고 있다고 하죠. 물론 40대가 전체 부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회초년생들이 대부분인 2·30대 청년들이 그 뒤를 바싹 쫓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의 허리이자 미래라고 할 수 있는 40대와 2·30대 청년들이 이렇게 빚투에 나서게 된 것일까요? 오늘은 ‘빚투’가 어떻게 청년들의 인생을 망치는지 그 과정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빚투'는 어떻게 투자자들의 인생을 망칠까? 글 구성>
- ‘빚투’ = '레버리지 투자'
- 투자자의 자산을 마음대로 매각하는 반대매매(liquidation)
- 돈을 빌리는 두 가지 방식, 미수거래와 신용거래융자
- 투자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담보유지비율
- 정리하는 글
‘빚투’ = '레버리지 투자'
서두에서 ‘빚투’는 빚내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동시에 ‘빚투’는 ‘레버리지 투자’를 의미합니다. 레버리지(Leverag)는 ‘지렛대’ 혹은 ‘지렛대의 힘’을 의미하는데, 다른 사람의 돈을 지렛대 삼아 투자를 하는 것이 바로 레버리지 투자입니다. 그래서 ‘차입투자’라고도 부르죠. 차입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돈이나 물건을 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투자는 투자한 금액만큼 이익이 커지기도 하지만 손실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자기 돈에 다른 사람의 돈까지 얹어 투자하는 빚투 혹은 레버리지 투자는 예상대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위 ‘대박’을 맞을 수 있습니다. 자산 가격이 상승했을 때 이익이 2배 이상 커지니 빌린 돈을 갚고도 많이 남길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다릅니다. 현실은 투자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남의 돈을 빌려 투자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자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도 2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매매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의 자산을 마음대로 매각하는 반대매매(liquidation)
반대매매를 영어로 표현하면 ‘liquidation’입니다. ‘청산’, ‘정리’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죠.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산 주식의 가치가 일정한 가격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외상으로 산 주식의 결제대금을 갚지 못한 경우, 증권사가 고객(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채권자(증권사)가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투자자(채무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산을 매각 처리해 원금을 환수하는 방식인 것이죠. 증권사 입장에서 보면 이는 안전장치입니다. 이런 이유로 주식 급락장에선 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이 반대매매의 공포에 떨곤 합니다.
돈을 빌리는 두 가지 방식, 미수거래와 신용거래융자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미수거래’와 ‘신용거래 융자’ 방식입니다. 먼저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일정 비율의 돈(증거금)을 내고, 나머지는 대금결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3일 동안 돈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돈을 3 거래일(증권사가 영업하는 3일) 안에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행사해 투자자의 주식을 처분할 수 있습니다.
‘신용거래 융자’는 미수거래보다 길게 자금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수개월에 걸쳐 매입자금을 대출받는 방식인 것이죠.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신용융자 잔고도 불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방식을 통해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경우 주식의 가치가 대출액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 높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를 ‘담보유지비율’이라고 하는데요. 증권사들은 통상 140%를 하한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담보유지비율
‘담보유지비율’이란 담보물의 가치와 빌린 주식의 가치 비율을 말합니다. 담보유지비율 계산은 ‘계좌평가금액÷대출금액 ×100’으로 구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돈 5천만 원, 증권사돈 5천만을 합해 A라는 기업의 주식을 1억 원어치 샀다면, 이때 담보유지비율은 200%(=1억 원÷5천만 원 ×100)가 됩니다. 그런데 이 주식의 가격이 30% 하락해 7천만 원이 되었다면 담보유지비율은 140%(=7천만 원÷5천만 원 ×100)이 됩니다.
만약 여기서 담보유지비율이 140% 밑으로 떨어진다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계좌에 돈을 더 넣으라고 전화를 겁니다. 이를 ‘마진콜’이라고 합니다. 만약 투자자가 이에 응하지 못하는 경우 증권사는 담보로 잡아둔 투자자의 A회사 주식을 반대매매로 팔아버리죠.
여기서 투자자들의 인생이 무너집니다. 만약 자기 돈 1억 원으로 투자를 했는데 자산의 가치가 30% 떨어졌다면 그래도 버틸 수는 있습니다. 남은 70%(7천만 원)가 남아있으니까요. 하지만 똑같이 30%가 떨어졌어도 빚투를 통해 투자를 했다면 담보유지비율이 140% 밑으로 떨어져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진행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 버티고 싶어도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이처럼 '빚투'로 투자를 하면 기회가 박탈될 뿐 아니라 대출금을 제외한 원금손실도 커집니다. 원금도 5천만 원에서 2천만 원(140%-100%= 40%) = (7천만 원–5천만 원= 2천만 원)으로 줄어드니까요. 남의 돈을 빌려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50% 이상 날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빚투의 무서움'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빚투'는 어떻게 투자자들의 인생을 망칠까?라는 제목으로 빚투의 장단점을 살펴보면서 빚을 이용한 투자가 예상을 벗어났을 경우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허리라고 할 수 있는 2·30대 청년층과 40대의 빚투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암울한 소식입니다. 사회초년생으로 일을 시작하거나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남의 돈까지 빌려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살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죠. 심지어 최근에는 고령층의 개인회생 신청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 전체인구가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이러다가 우리 대한민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리더십과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합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글을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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