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황에도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이유
2024년 7월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13조 42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 대비 4조 4699억 원(0.63%)이 늘어난 금액입니다. 참고로 대출 잔액이라는 말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 중에서 일부를 갚고 남은 금액을 말합니다. 앞으로 가계가 갚아야 할 돈이 713조 원이라는 말인 것이죠.
2024년 현재 3.5%라는 고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어떤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
대한민국의 가계부채가 OECD국가 중에서 1위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부동산 담보대출에 있죠.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 중에서 70%가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에 급증한 가계부채 역시 부동산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의 기준금리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부동산가격은 떨어집니다. 특히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은 대출금리가 오르면 부동산매입 수요를 떨어뜨립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전세금 담보대출 금리를 상향시켜 부동산 매수비용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대출 금리뿐 아니라 예금금리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금 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으로 얻는 수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가령 예금 금리가 5%이고 부동산으로 얻는 임대료 수입이 3%라면, 상대적으로 예금에 대한 매력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자연히 예금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으로 몰렸던 수요가 예금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집니다.
최근 가계부채 상승을 부채질한 두 가지 요인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은 정부의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시점 연기와 금리인하 기대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2024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9월로 돌연 연기했습니다. 스트레스 DSR은 쉽게 말해 은행대출이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정부정책인데, 이 정책이 돌연 연기됨에 따라 규제를 피하려는 주택 실수요와 부동산 투자 수요가 함께 몰리게 된 것입니다.
금리인하 기대감 역시 주택 수요를 크게 늘렸습니다. 앞서 금리인상이 주택가격 수요를 위축시킨다고 말씀드렸는데, 반대로 금리가 인하되면 주택매입 비용이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러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가계부채 상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스트레스 DSR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2024.06.10 - [경제/생활경제] - LTV, DTI, DSR, 스트레스 DSR 알아보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단기 시나리오
현재 미국 연준(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설령 9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더라도 연내에는 금리인하가 반드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금융시장 전체를 지배하고 있죠.
그동안 대한민국과 미국에서는 동조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금리를 올리고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한국도 금리를 내리곤 했죠. 이번에도 한국은 미국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두 나라의 경제상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에서 동조화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두 국가의 경제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금리인하 시점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곧바로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대한민국 역시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PF 정리 등의 문제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상승하고,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지금까지 나타났던 문제들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죠. 따라서 이 문제가 일정 수준 해결되지 못한다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시기상조일 수 있습니다.
*최근 증가하는 가계부채와 관련된 기사 하나를 링크합니다.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407290065&t=NN
정리하는 글
오늘은 ‘고금리 상황에도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라는 글 제목으로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이와 함께 가계대출을 부채질하는 두 가지 원인과 향후 대한민국의 금리방향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부채는 미래의 부를 현재로 당겨와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소득은 미래의 부를 위해 양보해야 합니다. 가계부채는 서민들의 소비여력을 압박하고, 소비의 위축은 생산을 위축시킵니다. 그러면 결국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가계부채를 간단히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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