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러야 하는 이유
많은 분들이 금융기관과 금융회사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글을 쓸 때 금융기관과 금융회사를 혼용하곤 하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금융기관과 금융회사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 둘을 분류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중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러야 하는 이유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금융이란?
금융이라는 말은 ‘금전융통’의 줄임말입니다. 금전융통은 ‘돈을 빌려 주거나 빌려 쓰는 것’을 일컫는 말이죠. 자본주의 사회는 ‘돈’도 상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돈을 돌려쓸 때 돈 값인 이자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아는 사람끼리 돈을 빌려주고 받는 사적인 자리에서는 이자를 요구하거나 지급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반드시 돈값을 치러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은행 거래가 이에 해당되죠.
하지만 어떤 목적으로 금융거래를 하느냐에 따라서 돈을 융통하는 곳은 금융회사와 금융기관으로 나누어집니다.
금융회사란?
금융회사는 금융거래를 하는 회사입니다. 회사는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됩니다. 즉 공익이 아닌 사익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대표적인 금융회사는 일반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 저축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이익을 강조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금융회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금융회사: 공채·사채·주식 따위의 유가 증권이 발행되는 경우에, 이를 맡아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을 하는 회사. 단자 회사, 투자 금융 회사, 증권 회사 따위가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설명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언급된 회사들은 모두 사적목적과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금융기관이란?
금융기관 역시 금융거래를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일반 금융회사를 포함해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혼용하고 있고,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금융기관은 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한국은행을 비롯해 한국예금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과 같은 특수(목적) 은행들이 이에 포함됩니다. 이들 금융기관들을 보면 모두 개인보다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그런데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금융기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공채·사채·주식 따위의 유가 증권이 발행되는 경우에, 이를 맡아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을 하는 회사. 단자 회사, 투자 금융 회사, 증권 회사 따위가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위 내용을 보면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도 금융회사와 금융기관을 명확하게 분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곳에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럼에도 필요한 구분, ‘정부 금융기관’과 ‘금융회사’
‘국민을 위한 기관’과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기업’을 같은 용어로 부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까지 자금난에 힘겨워할 때 우리 곁에 있던 시중은행들은 어떤 행보를 보여왔나요? 이 은행들은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이용한 수익창출)을 극대화해 서민들의 고통을 자신들의 살을 찌우는 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대출이자는 높이고, 예금이자는 낮춰서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했던 것입니다. 이에 더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사회의 비난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죠. 그래서 이들이 바뀌었나요? 아닙니다.
예대마진은 여전히 국내은행들의 핵심 캐시카우(수익원)입니다. 해외 은행들을 비교해 봤을 때 국내은행들은 자산관리나 금융상품개발과 같은 자체적인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이자 장사만을 통해 편하게 배를 불려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대신 오히려 서민들의 고통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래도 금융회사와 금융기관을 같은 용어로 불러야 할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그래도 사적목적으로 운영되는 금융회사와 공적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을 분류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공적 목적을 운영되는 기관을 이들 금융회사와 구분해 ‘정부 금융기관’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몇 개를 링크합니다.
https://www.youthdaily.co.kr/news/article.html?no=150521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4791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111418140563753
https://www.betanews.net/article/1469669
정리하는 글
오늘은 ‘시중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러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금융회사와 금융기관을 다르게 불러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금융회사’와 ‘정부 금융기관’으로 나누어 불러야겠죠.
저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행동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잘못된 용어 사용으로 사익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서민을 위한 기관으로 잘못 인식하게 된다면, 우리는 이들 금융회사를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금융회사들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로 이어지게 될 테고요.
물론 시중은행들을 비난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시중은행이 존재함으로써 금융이 편리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용어사용이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금융회사와 정부 금융기관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해야만 서민들의 고통을 이용하려 드는 일부 금융회사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제 > 생활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앙은행의 참고지표, 테일러 준칙(Taylor's rule) 알아보기 (4) | 2024.07.01 |
---|---|
모든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총량 (0) | 2024.06.30 |
금리와 인플레이션, 금리와 디플레이션의 관계 (0) | 2024.06.28 |
환율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 (0) | 2024.06.27 |
경제를 위협하는 단기부동자금 알아보기 (0) | 2024.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