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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경제위기, 금융위기, 경기침체는 모두 다른 표현

by 순수한 땡글 2024. 6. 5.

경제위기, 금융위기, 경기침체는 모두 다른 표현

 

 

간혹 금융이나 경제 분야의 글을 쓰시는 분들이나 전문가들조차도 경제위기, 경기침체, 금융위기를 혼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들은 사실 모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두 위험하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처럼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겠죠. 그래서 오늘은 경제위기, 금융위기, 경기침체가 모두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경제위기(經濟危機, economical crisis) = 공황(恐慌, panic)

 

네이버 어학사전으로 경제위기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경제위기: 생산·분배·소비의 순환으로 이루어진 부(富)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이 균형을 잃은 위험한 고비나 시기.

 

설명이 좀 어렵네요. 어쨌든 경제위기는 위의 설명처럼 사회의 부가 재생산되지 못하고 균형을 잃은 시기를 말합니다. 보통 이 시기에는 생산, 분배, 소비 중 하나의 요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거나 또는 이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되곤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죠. 그런데 미국 경제에 문제가 생겨 환율이 급격히 하락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게 됐는데, 금융당국이 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이 시간이 지속될수록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외화가 부족해지고 재고가 쌓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한 경우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인력을 감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기업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수백 개에 달한다면? 결국 생산·분배·소비 전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위의 예는 조금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이처럼 경제가 순환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은 상태를 경제위기라고 합니다. 즉 경제위기는 경기 순환(불황-회복-호황-후퇴)의 한 국면에서 경제 활동(생산, 투자, 소비)이 붕괴되거나 축소돼 사회전체가 급격하게 경기후퇴에 빠진 상태를 뜻합니다. 그래서 경제위기를 공황이라고도 부릅니다. 대표적인 경제위기를 꼽는다면, 1929년 미국에서 발생한 대공황,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1929년 미국 경제 대공황 상황을 표현한 그림

 

 

 

금융위기(金融危機, financial crisis)

 

금융위기는 경제위기의 한 범주에 속합니다. 경제위기의 범주에는 금융위기, 외환위기, 실물경제위기 등이 있습니다. 즉 금융위기가 커져야만 경제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금융위기는 금융기관(회사)들의 위기입니다. 금융위기는 금융기관들의 본업인 금전 융통(돈이나 물품 따위를 돌려쓰는 행위)에 위기가 발생한 것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표현됩니다. 파생금융상품과 함께 금융 산업이 급격히 성장한 이후 발생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혹은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리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비우량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과 이와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의 과도한 확산으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당시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일단락된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죠. 일례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2011년 유럽의 재정위기를 초래했고, 이후 유동성 확대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습니다.

 

한 나라에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단시일 내에 금리가 크게 튀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금융기관들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신용경색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기업과 은행들이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만 겨우 자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이때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 위기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景氣沈滯, economic recession)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불황에 빠진 상태를 경기침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경기침체의 예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 경제는 1990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급격한 경제위기를 맞았고, 이후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불황상태에 빠졌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경제는 회복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죠.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는 경제 위기가 발생했던 시기와 반대의 통화정책이 나옵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는 급격하게 금리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경기침체 나타났을 때는 금리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이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 금융당국은 물가가 하락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자 다양한 방법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무제한 양적완화, 재정적자, 대규모 구조조정, 마이너스금리, YCC(수익률곡선통제)등 다양한 유동성 공급정책을 구사하며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로도 경제주체들의 비관적인 전망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현재 유럽과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로존 탄생과 함께 한 때 전 세계의 이목을 쏠리게 만들었던 유럽경제는 유럽재정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한 때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G2로 불리는 등 호황을 경험했지만,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었고 지방정부의 부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경제위기, 금융위기, 경기침체가 모두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전달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위기는 금융위기, 외환위기, 실물경제 위기의 상위개념이라는 것을 말씀드렸고, 경기침체는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라는 사실도 전해드렸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경제 위기들이 전 세계적으로,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렸고, 이후로 전쟁, 인플레이션, 무역 마찰, 기후 위기들이 연달아 나타나면서 지역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져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긴밀하게 공조하고 상생을 도모한다면 있다면, 이런 복합위기도 분명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