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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경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까?

by 순수한 땡글 2024. 5. 15.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까?

 

 

하이퍼(초)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란 과도하다는 뜻의 하이퍼(hyper)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연간 물가 상승률이 200%를 넘을 때를 일컫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5~10%를 넘어가도 위기라고 말하는데,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정부의 물가 통제 수준을 넘어선 극한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해 1만 페소 초 고액권이 발행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은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133%까지 끌어올렸지만, 현재는 50% 수준으로 낮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3.5%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르헨티나의 물가와 금리는 살인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오늘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언제 어떻게 발생하는지 사례와 함께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20세기에 발생한 하이퍼인플레이션

 

20세기에 첫 번째 하이퍼인플레이션은 1920년대 독일에서 발생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나고 미국, 영국, 프랑스는 전쟁에 대한 책임으로 19191월 파리강화회의에서 독일에 대규모 배당금(4000억 달러 수준)을 요구했고, 독일은 연간 20억 마르크씩 66년 동안 이들 연합국에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독일의 마르크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며 수입물가가 상승했습니다. 당시 독일 정부가 배상금을 마련할 방법이라고는 화폐를 찍어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중앙은행이 갖고 있던 금이 바닥났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도 자신의 자산을 달러나 파운드로 환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독일의 화폐의 가치는 바닥을 찍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습니다.

 

종전 후 독일에서는 물가가 5배나 올랐고, 이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되었습니다. 1923년 물가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1조 마르크 동전까지 발행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기껏 달걀 1개 정도였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이유는 전쟁 후 시작된 수요의 폭발, 그리고 무제한적인 화폐의 발행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독일은 또다시 패망했지만, 이 당시에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의 대응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대응이란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즉 독일정부가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 당시 독일정부는 구화폐와 신화폐의 교환비율을 10:1로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구화폐를 신화폐로 바꾸기 시작했고, 정부는 구화폐의 대부분은 수거하며 무너지는 독일 경제를 다시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2023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상위국가_자료 IMF_이미지 출처: 서울경제

 

 

 

21세기에 발생한 하이퍼인플레이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20세기보다 21세기에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대표적인 나라로는 아프리카 지역의 짐바브웨와 중남미 지역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가 있습니다.

 

<짐바브웨>

 

짐바브웨는 2008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는데, 당시 그 수치가 연간 1,100만 퍼센트였습니다. 사실 짐바브웨의 이런 살인적 인플레이션의 배경에는 정치적 불안정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짐바브웨는 1970년대까지 아프리카로 이주해 온 유럽 출신 백인들에 의해 통치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대부분의 경제권은 백인들의 손아귀에 있었는데, 소득격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내부적인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짐바브웨 대통령은 경제권을 쥐고 있는 백인들의 농장을 몰수해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농장몰수는 짐바브웨의 생산시스템을 마비시켰고, 그 결과 경제가 붕괴됐으며,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도 제한되었습니다.

 

짐바브웨 정부는 경제적 몰락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엄청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이미치 출처: 톱스타 뉴스, 베네수엘라 지폐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에서 원유매장량이 가장 높은 국가로 한 때는 자원부국으로 이웃국가들의 부러움을 샀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역시 1990년대 이후부터 차베스 정권이 집권하시면서 정치, 경제의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 결과 2010년 이후 극심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은 2010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부터지만, 사실은 그 이전애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먼저 베네수엘리라는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였습니다. 석유에 의존적이다 보니 국제유가의 변동에도 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렸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복지정책까지 크게 늘리며 외환을 축적하지 못했습니다.

 

둘째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으며 경제 전반의 활력이 줄어들었습니다. 정부가 주력산업을 국유화했고, 외환이나 상품가격을 통제하는 등 글로벌 시장과는 반대 움직임을 보이자 국제 시장에서 베네수엘라는  배제되었습니다.

 

셋째는 정치적 문제해결 역량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수십 년간 정권을 장악했던 엘리트계층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충돌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었습니다.

 

넷째는 과도한 재정지출로 재정 건전성이 약화되었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통화가 마구 발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재정지출과 통화발행은 물가를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알고도 이를 묵인했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수출제재 완화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극복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독재정권이 이어지며 다시 한번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임금상승 요구 압력이 높아지면서 다시 한번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위기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시기와 조건

 

그동안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치, 경제, 사회에 극심한 분열이 있었다는 점, 둘째는 국가의 경제가 어느 특정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 셋째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통화량 공급을 대폭 늘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위기가 꼭 내부 요인으로만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위기가 어디서 발생한 것이든 간에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위기는 증폭되었고, 그 결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 자산 배분

 

통제할 수 없는 물가는 국가적 재앙입니다. 일순간에 모든 화폐를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위기가 공존해 있을 때 특정자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위기가 가중될수록 다양한 성격의 자산을 배분해 놓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통화 분산투자, 금융 상품 분산투자, 원자재 분산투자가 그것입니다.  즉 우량 주식뿐 아니라 위기 시에 가격이 튀어 오르는 달러, 상승한 물가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물가연동국채, 달러의 대척점에 있는 금과 같은 자산에 골고루 배분해 투자한다면, 웬만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까?’라는 제목으로 과거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례를 담아봤습니다. 이와 함께 언제 어떻게 이 위기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봤고, 이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다양한 위기가 공존해 있는 현시대, 언제 어디서 어떤 위기가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이럴 때일수록, 미리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고 하늘도 먹구름이 가득한데, 우산도 없이 외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죠.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인플레이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