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저당증권 MBS의 사생아 CDO, CDS
지난번 포스팅에서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 ABS와 MBS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글 말미에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과 신용부도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를 언급했었는데요. 오늘은 주택저당증권 ‘MBS의 사생아 CDO, CDS’라는 제목으로 파생 금융상품을 살펴보겠습니다.
금융 증권화의 시작이 2008년 금융위기를 태동하다.
금융시장이 시작된 시기는 1970년대입니다. 당시에도 미국의 주택 모기지 시장을 시작으로 채권이 발행되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상품이 주택저당증권 즉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입니다. 본래 MBS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주고 주택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20~30년의 장기채권이었습니다.
MBC가 장기 채권이었던 만큼 은행에서는 대출자들에게 돈을 빌려 준 다음 유동성이 부족현상을 겪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은 자산 유동화 회사에 채권을 매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자산유동화 회사는 만기가 남은 채권을 모아 상품화했고, 이를 시중에 팔았습니다. 이것이 MBS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본질은 MBS가 아닌 또 다른 파생금융상품인 CDO(채권담보부 증권)와 CDS(신용부도스와프)에 있었습니다.
파생금융상품이란?
파생금융상품은 채권, 금리, 외환, 주식 등의 기초금융자산으로부터 파생돼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기존의 증권을 한 번 더 꼬아 만든 상품인 것이죠. 이 금융상품은 본래 취지는 위험분산을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기관의 수익성 증대와 유동성 확보가 주된 목적으로 변질되습니다.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으로는 크게 선물, 옵션, 스왑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번 글에서 다루는 주제는 아니니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정리하도록 하고, 여기서는 파생금융상품이라는 것이 채권, 금리, 외환, 주식 등을 기초로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점만 이해하시고 글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CDO와 CDS를 알기 위해선 MBS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필요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04.25 - [경제/생활경제] -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 ABS와 MBS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은 어떤 금융 상품인가?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은 MB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MBS(주택저당증권, Mortgage backed securities)는 모기지 대출을 모아서 만든 채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반면 CDO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채(채권)를 담보로 만들어진 증권입니다. 채권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 또한 갚아야 할 돈, 부채입니다.
그런데 부채(빚)로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을까요? 다음의 예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모기지 회사(혹은 SPC 자산 유동화회사)가 1,000개의 MBS를 만들고, 이를 A라는 투자은행에 매각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MBS는 위험도에 따라 분류되어 상품화됩니다. 예를 들어 1,000개의 MBS가 있다면 모기지 회사(혹은 SPC 자산 유동화회사)는 각각의 위험도를 파악해 시장에서 AAA, AA, A, BBB 등 여러 등급으로 나눈 뒤 이를 상품화해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하위등급 BBB 이하의 등급의 채권은 정상시장에서 판매되기 어려웠습니다. AAA, AA, A, BBB 등에 비해 BBB 이하의 등급의 채권은 이자가 제 때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때 투자회사가 등장합니다. 투자회사가 모기지 회사(혹은 SPC 자산 유동화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BBB 이하의 등급채권을 모조리 매입한 겁니다. 투자회사는 이 하위등급의 MBS를 그대로 두지 않고, 이를 여러 등급으로 나눈 뒤 다시 합쳐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회사가 매입한 채권 중에 BBB등급의 MBS가 600개 있었다면, 투자회사는 먼저 100개를 선별한 뒤 합쳐서 A등급으로, 200개를 선별한 뒤 합쳐서 B등급으로, 300개를 선별한 뒤 합쳐서 C등급으로 만들었습니다. 즉 부실채권을 새로 재편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든 것이죠. 그러면 1순위 채권, 2순위 채권, 3순위 채권이 줄지어 나옵니다. 부실 위험이 높은 채권이 새상품으로 둔갑한 순간입니다.
투자회사는 이렇게 재탄생한 상품을 머니마켓(단기금융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채권이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입니다. CDO는 여러가지 부실채권을 한데 모아 만들었다고 해서 합성채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상품의 등장 덕분에 투자회사는 부실채권을 새로운 상품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또 이 자금으로 다른 채권(부채)를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부채를 돈 주고 사고, 돈 받고 팔았던 것이죠.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가격하락이 시작되자 채권 이자 상환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부채의 도미노로 이어졌습니다.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부터 시작해 시중은행, SPC(자산유동화회사), 모기지 회사, 투자회사, 채무자(돈을 빌려준 사람)가 연달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파생금융상품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금융시장이 패닉과 공포로 휩싸이게 된 것이죠.
여기서 끝일까요? 아닙니다. 이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외에도 이 상품을 보증해 주던 CDS(신용부도스와프)가 또다른 문제로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는 또 뭔데?
CDS는 CDO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보험입니다. CDO는 부실채권을 모아 만든 상품인 만큼 위험이 높았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이었습니다. 그래서 헤지펀드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죠.
사실 2008년 금융위기의 시작은 바로 이 CDS(신용부도스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상황을 가정하겠습니다.
A라는 사람이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에 요청을 하고, 은행은 대출을 해주며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리고 SPC(혹은 모기지회사)가 이 채권을 매입해서 상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상품(MBS) 중 부실채권을 투자회사가 사들입니다. 이후 투자회사는 이 채권을 다시 상품화(CDO)해 시중에 팝니다.
그런데 CDO는 아무래도 위험합니다. 부실채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니까요. 그래서 이 위험을 떠맡아줄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보험회사입니다.
신용부도스왑(CDS)은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 증권과 같은 파생금융상품이었습니다. 즉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즉 CDO가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보험사들이 상품(CDS)을 만들었고, 투자회사는 CDO를 팔 때 CDS를 함께 끼워 팔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CDO나 CDS와 같은 파생상품거래에는 늘 매매포지션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즉 ‘롱(사자)’포지션과 숏(팔자) 포지션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일종의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인 것이죠. CDS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이런 돈놀이 게임은 더욱 격화되었습니다.
게다가 투자회사는 100달러의 보증을 받기 위해 보험사에 7~10달러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해야만 했습니다. 즉 원금의 약 7~10%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규모가 너무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보험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닫게 됩니다. 참고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당시 CDS의 규모는 CDO의 30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CDS에는 규제도 없었고, 이 상품에 투자하는 거래 주체도 불분명했습니다. 물론 대부분 헤지펀드들이 중심이 되긴 했지만, 일반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돈 먹고 돈놀이를 하며 리스크를 키우다가 갑자기 위기가 팡~! 하고 터진 것이죠.
방만하게 발행된 CDS는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이어지면서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보험료를 물어줘야 하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CDS와 관련된 사람이 불분명했기 때문에 정확한 산정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 시점부터 은행들은 누가 얼마만큼의 위험에 처해있는지 알기 어려워 대출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경색이 시작된 것이죠.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는 CDS 시장의 10대 큰 손이었습니다. 우리가 리먼브라더스 사태, 서브프라임(비우량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태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던 것이죠. 이후로 금융위기는 일파만파 퍼지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갔습니다. 이후 연준은 이런 상황을 잠재우기 위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살포하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는 글
오늘은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CDO와 CDS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 글을 쭉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글 제목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생아'라는 표현을 왜 썼는지 충분히 이해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경제를 무너뜨리고 세계경제를 위협하던 금융상품은 현재 한국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발 금융위기는 과도한 유동성과 방만한 금융기관들이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내 금융시장은 당시의 미국의 금융시장보다 더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처럼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을 국내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의야스럽습니다. 파생금융상품으로 시작된 위기가 이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애초에 이런 상품 판매는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위기를 망각하는 순간, 진짜 위기가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번 글에 이어 CDS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왜 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홍익희의 유대인 경제사』, 『위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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